추모탑에서 우정의 탑으로
추모탑에서 우정의 탑으로
  • 박연수< 청풍명월21실천협 사무처장>
  • 승인 2015.09.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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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난해 10월 네팔 중앙을 강타한 사이클론과 2015년 대지진으로 안나푸르나산군 히운출리 베이스캠프에 세워져 있던 직지원정대 추모탑이 무너졌다. 현지인들에 의해 전달된 추모탑은 상단과 중단까지 무너져 내렸다.

올해 1월에 그곳을 찾았지만 폭설로 인해 눈 속에 파 묻혀 무너진 형태만을 확인하고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6월 네팔을 다시 찾았지만 대지진 현장인 신두팔촉지역의 카지룽 마을의 구호 활동만 마치고 돌아왔다. 지척에 두고도 가보지 못하고 돌아오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한국에서도 내내 그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뜻 밖에 전화가 왔다. 네팔 가이드 밍마(Mingmar Sherpa)였다. 잘 돌아 갔냐는 안부전화와 함께 카지룽 마을에 있는 형들(석축 기술자)과 직지원정대원추모비를 세우고 오겠다는 것이다. 직지원정대 추모탑의 내용을 전해들은 마을사람들이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을 하겠다는 것이다. 가슴속을 짓눌렀던 응어리가 아래로 빠지며 그 간의 답답한 과정이 오버랩 된다.

7월 초 추모탑을 세우러 떠난 그들은 산사태로 인해 돌아왔다. 집중호우로 인해 지진에 흔들린 산에서 대형 산사태가 발생했고 약 20여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본인도 형들도 부담스러워 비가 멈추면 다시 올라가 튼튼하게 쌓고 연락을 하겠단다. 전년도에 비해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며 곳곳에 집중호우를 내린다는 것이다. 그 후 9월초 사진과 함께 새로 세운 추모탑 사진이 올라왔다. 그들은 우리를 대신해 럭시(네팔 전통 증류주)를 따라주고 제를 올려주었다는 것이다. 단네밧~ 단네밧~ 연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직지원정대를 비롯한 10개의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한 나눔과 동행팀은 지난 6월초 네팔대지진 최대 피해 지역인 신두팔촉 지역 카지룽 마을을 다녀왔다. 각 집집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천막을 씌우고, 태양광을 달았다. 무너진 학교를 대신해 임시학교를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 튼튼하게 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5,000$을 후원했다. 학교를 신축하는데 한참 모자라는 돈이다.

하지만 진행하면서 우리는 한국에서, 마을사람들도 십시일반 해 부족분을 채워 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우리가 먼저가고 그들은 은혜에 보답했다. 또다시 우리 차례다. 얼마나 후원을 받아 전달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액수를 떠나 우정이고 신뢰다.

직지원정대는 결과에 치중한 등반방식을 과정중심으로 바꾸고자 알파인 등반방식을 고수했다. 알파인 방식은 더욱더 험난하고 새로운 루트를 셀파들의 도움 없이 대원스스로 극복해 정상에 오르는 등반방식이다. 물론 매우 힘든 등반 방식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성과가 진정한 산악정신을 찾는 것이다. 등반을 하러 올라가는 과정에서도 마을사람들과 함께 했고 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놀고 나누었다. 함께하는 동안 그들과의 신뢰가 쌓였고, 그 우정이 무너진 추모비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네팔에 남아 히말라야의 신이 된 두 대원은 2008년 파키스탄 차라쿠사지역의 무명봉을 세계초등하고 봉우리 이름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직지봉’으로 명명하기로 협의하여 파키스탄 국가 지명위원회를 통과시킨 장본인들이다.

그리고 다음해 악마의 벽인 네팔 히운출리 북벽에 직지루트를 개척하다 그곳에 영원히 남은 우리의 영웅들이다. 그들을 기억하기위해 세운 추모탑은 이제 추모를 벗어나 네팔과 한국의 직지원정대를 이어주는 우정의 탑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보고 싶다. “종성아! 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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