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픈 일 이렇게 많은데 … 그날, 어서왔으면”
“하고픈 일 이렇게 많은데 … 그날, 어서왔으면”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9.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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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가 자유롭다면… 충청인 10인에게 물었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전망대에서 본 북녘땅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민족의 광복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이제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자는 열망으로 가열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을 하고 이산가족상봉이 재개되는 등 최근 어느해보다도 북한과의 대화 모드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금강산 관광 재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경원선 복원사업 등도 급진전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우리 충청인들은 북한과의 왕래가 자유롭다면 북쪽에서 어떤 것을 해보고 싶을까 궁금하다. 그래서 충청인 10인에게 물어봤다.

 

“北 어린이들에게 행복한 빵 맛보게 하고 싶다”

나병일 대한제과협회 충북도지회장


나병일 대한제과협회 충북도지회장(53·청주 보리 직지빵 대표)은 배고픔이 얼마나 서러운지 안다. 유년시절의 가난때문에 성공한 지금도 먹을 것을 보면 힘들었던 시절이 생각난다.

3살 때 부친의 작고로 가난한 집안을 위해 그는 12살때 새벽 신문을 돌렸고, 튀김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20살때 처음 개인제과점을 연 그는 북한을 가게 된다면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만든 가장 배부른 빵, 가장 행복한 빵을 맛보게 하고 싶다.

KBS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드라마 주인공인 장항선, 전광렬, 유시윤씨의 밀가루 반죽과 크로와상, 꽈배기 시연의 손대역을 했던 빵의 대가인 그는 “가난을 알고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배부르고 행복한 빵을 실컷 먹이고 싶다”며 “내가 만든 빵을 북한 어린이들이 먹는 상상을 가끔 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빵 체험관도 열어 북한어린이들과 함께 밀가루 반죽을 하며 환하게 웃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생각이다.

 


“北 옛다리 모두 밟아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

손광섭 청주건설박물관 관장

 
청주건설박물관 손광섭 관장(73)은 다리 전문가로 유명하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는 광진건설 대표인 그는 전국에 있는 교량을 밟아보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다리 마니아다.

발품 팔아 모은 자료를 엮어 몇년 전 ‘천년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1, 2’를 발간했다. 다음달이면 중국과 일본을 돌며 조사한 다리를 수록한 ‘천년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3권’이 발간된다.

손 관장의 남은 소원은 다리 시리즈 4번째 이야기로 ‘북한의 옛다리’를 출간하는 것이다.

북한의 다리를 섭렵하고 싶은 마음에 책 제목을 정한지는 오래다. 표지도 개성관광 허용 당시 방문해 찍어놓은 선죽교다.

지난 2005년 ‘천년후 다시 다리를 건너다’ 1권을 통해 받은 인세로 평양에 빵공장을 세워주기도 했던 그는 “동국여지승람에 보면 북한의 옛교량 238곳의 이름과 위치가 나온다”며 “북한의 다리를 밟고 싶은 마음을 담아 다음달 발간되는 책 말미에 부록으로 북한 교량 이름과 소재지를 모두 기록해 놓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북한에 가면 가장 먼저 함경도에 있는 만세교를 밟아볼 작정이다.
 
 


“北 예술가들과 화합의 아트 퍼포먼스 기대”

임은수 충북여성작가회장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왕래가 자유롭게 된다면 동질성을 회복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

몇 년 전 캄보디아 킬링필드 현장에서 ‘죽은 이들을 위한 진혼 퍼포먼스’를 가졌었다. 수많은 사람이 무참히 죽어 묻힌 땅에서 예술로 풀어낸 진혼은 현지민들에게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마음의 상처는 경제적 논리로 풀어낼 수 없는 영역이다. 원조적 지원은 일시적인 처방으로 그친다. 그들과 영혼으로 교감하는 진정한 예술이 선행된다면 상처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국가다. 오랜 세월동안 단절과 경계와 이념의 틀에 갇혀 살면서 불신의 늪도 깊다. 하지만, 같은 역사를 겪어온 민족의 공통된 기억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요소들을 예술로 봉합하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통일도 머지않은 일이 될 것이다.

일회성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북한 지역 곳곳을 북한 예술가들과 탐방하며 공통의 관심을 서로 탐색하고, 이를 예술로 표현하는 아트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단절과 경계를 무너뜨리는 화합의 퍼포먼스는 눈물과 회한의 세월을 털어내는 민족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일자리 만드는 복지 실현”

박민주 충북사회복지사협회 차장

 

“북한과의 왕래가 자유롭고, 내가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면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여러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

충북사회복지사협회 박민주 차장(여·42)은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이고, 그런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사회복지의 출발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박 차장은 “큰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창출은 기업에서 하겠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북한주민들에겐 안정적인 소득창출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사회적기업으로 많은 소득을 안겨주진 못하겠지만, 다수의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영·유아 보육사업을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각 가정의 안정적인 소득원이 마련된다면 나머지 부수적인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민족의 자랑인 직지심체요절 찾아나설 것”

이동주 흥사단 충북지부장


“이념을 떠나 민족의 자랑이자 최고 가치의 역사·문화자원인 직지(직지심체요절) 찾기에 나설 것입니다.”

이동주 흥사단 충북지부장(62·전 청주시 도시관리국장)은 ‘북한과의 왕래가 자유로워진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 전 국장은 지난 2005년 청주시가 추진한 직지찾기운동의 일환으로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북한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문화재가 있고, 그 중에 직지를 비롯한 기록유산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기록유산들이야 말로 가장 빠른시간내에 남·북한 주민들이 동질성을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내 기록유산에 대한 남·북의 정보교류는 (사회, 경제 등) 다른 분야에서도 시너지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전 국장은 “고려시대 최우가 금속활자로 찍었다고 하는 상정고금예문(1234년~1241년 중 간행)은 직지(1377년)보다도 한참 앞서 간행됐다. 그런데 그 책을 찍은 곳이 개성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때 북한에 상정고금예문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백두산 천지 등 유명 여행지 돌아보고파”

류민철 청주시청 도로시설과


어렸을 적 북한은 적대감을 가진 배타적 인상이 전부였다. 반공영화를 보고 뿔 달린 북한군을 그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화적, 경제적 교류가 활발해졌고 지금은 통일이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언젠가 7살 딸아이가 “아빠, 통일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어?”라고 물어왔다. 갑자기 받은 질문에 난 “글쎄”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그 동안 통일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새로운 곳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통일이 된다면 우선 우리 가족이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북한의 유명여행지부터 찾고 싶다. 백두산에 올라 천지호수에 발을 담가 시원함을 느끼고, 금강산에 올라 동요가사에 나오는 일만 이천봉을 아이들과 함께 세어보고 싶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북한에는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원조집들을 하나하나 모두 찾아다니며 북한 음식의 참맛을 느껴보고 싶다.

우리나라에도 사투리가 있듯 북한의 사투리를 아이들과 함께 배워 북한 아이들과 왁자지껄 뛰어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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