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15.09.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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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인문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교사 몇 명이 모여 공부하는 인문학 교실 2학기 첫 모임에서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의 저자 박종무 씨를 모셨다. 저자는 토요일 생업을 미루고 방문해 주셨다.

“요즘 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 두 마리를 주는 치킨집이 많아졌죠? 그 이유가 뭘까요? 닭 크기가 예전에 비해 아주 작아졌어요. 한 마리만으로는 너무 양이 적죠. 그래서 한 마리 가격으로 두 마리를 주는 거죠. 큰 닭 한 마리를 키우는 것보다 작은 닭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이 비용이 덜 듭니다.”

친한 동료 교사갖고기 랩소디’라는 다큐 프로를 본 후 육식을 끊게 된 것을 알고는 육식의 문제점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외면했었다. 고기를 먹지 않는 동료의 고충을 지켜봤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될까 봐 피하고 싶었다. 이제 맞닥뜨릴 수밖엡. 공부를 시작해 보았다.

자연 상태에서 닭의 평균 수명은 20~30년이다. 그러나 고기를 얻기 위해 길러지는 공장식 양계장에서 병아리는 35일 만에 도살된다.

병에 감염될 가능성과 사료비를 생각해 가장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는 접점을 찾아 병아리 도살 시기가 계산되는 것이다.

끔찍한 것은 수컷 병아리의 운명이다. 알에서 부화된 병아리는 성이 감별되고, 닭고기로서의 상품성이 없는 수컷 병아리는 바로 기계에 갈려 폐기 처분된다.

살아남은 암컷이라고 해서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암컷 병아리는 바로 부리를 잘린 채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좁은 닭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버티다가 35일 만에 도살된다.

쇠고기도 심각하다. 소 한 마리에서 고기 1kg을 얻기 위해서는 소가 8배 이상의 곡식을 먹어야 한다. 자연 상태의 목초지에서 길러지는 소로는 현재의 고기 소비량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유전자가 조작된 옥수수가 길러지고, 이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를 우리가 다시 먹는다.

고기를 길러내는 시스템을 비롯해 동물 실험, 유기견 안락사 문제 등 생명을 경시하는 인간의 잔혹함은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저자는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동물 학대가 생명을 바라보는 인간의 왜곡된 시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생명은 동적 평형을 이루는 관계이며, 생태계는 피라미드식 위계질서가 아닌 그물망의 형태로 연결되어 서로 공생하며 진화해왔다.

인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우위에 있다거나 더 진화된 생물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각각의 종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방법으로 진화되었고 각자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같은 종 안에서도 경쟁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어난다.

생태계를 약육강식의 원리로 설명하고 경쟁에서 낙오된 자에게 희생을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강자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흑인을 노예로 삼고, 땅을 차지하기 위해 인디언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유대인을 독가스로 학살한 인간의 역사는 생명에 대한 경시가 다른 종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간 안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석연료의 고갈로 위기를 느낀 인간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또 다른 별을 찾고 있지만 이미 지구는 생명과 유기적 관계를 맺는 커다란 생명체이다. 화학적으로 지구와 똑같은 행성을 찾는다 해도 인간은 그 별에서 살 수 없다. 이미 모든 지구 생명체들은 지구 생태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방충망과 살충제로 벌레들 진입을 완전히 차단하고, 살균제로 집안 곳곳을 소독하며 살아가는 것을 쾌적하고 위생적인 삶이라 믿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접속되어 있어야 할 생태계 네트워크에서 분리되어 비정상적인 이탈의 삶을 사는 이상한 종이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존재일 뿐이다.

지속 가능한 삶은 지구의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 때 가능하다. 오늘부터 육식은 최소한으로 줄이기로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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