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부터 빛에게로 -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예술철학
빛으로부터 빛에게로 -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예술철학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20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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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모든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빛이여. 빛이여.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관록의 여가수 정훈희가 리메이크해서 더 유명해진 노래 <꽃밭에서>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여기는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현장.

콤팩트 디스크(CD)의 편린들이 함부로 토해내는 빛의 조각들이 현란하다.

위압적으로 옛 연초제조창 건물을 뒤덮은 CD의 긴 띠는 빛을 입자로 여겨왔던 피타고라스의 주장을 되살아나게 한다. 그 얼마나 많은 기억들이 그 벽면에 매달려 언젠가는 잊힐 시절의 안타까움에 몸서리치는 것일까.

2015년 비엔날레의 CD프로젝트는 2013년 옛 연초제조창 낡은 건물을 뒤덮었던 조각보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통과 폐현수막의 화려한 색감은 과학과 기억, 그리고 무채색의 장엄함에서 빛과의 조우와 그 입자의 밀어냄을 통해 전달되는 파동으로의 진화로 이어진다.

시민 수십만명의 기억과 그보다 훨씬 많은 정보들로 채워졌을 첨단과학의 픽셀들이 연속적으로 퍼져나가는 빛의 산란은 단순한 입자를 뛰어넘어 양자로 승화되면서 사람들에게 파동으로 여겨지게 하는 행동을 스스로 하고 있다.

빛은 어둠을 떨쳐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데 저무는 햇살을 받아 제각각 토해내는 개별적인 빛의 작은 입자들의 거대한 파동은 블랙홀에서 벗어나 빅뱅으로 이어지는 시작의 울림과도 같다.

2015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감싸고 있는 CD프로젝트는 조직위원회가 강조하듯 나름대로 심연의 의미를 찾아보기에는 망설임을 허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예술감독 전병삼의 연출과 큐레이팅 역시 화려한 색감 대신에 무채색에 가까운 담담함과 차분함으로 시종일관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예를 핵심으로 하는 비엔날레의 본질적 존재감을 증명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무채색 중심의 조화는 타당하나 멜로디와 화음이 어우러지는 하모니로서의 주제의식 즉 <확장과 공존>에 앞서는 에 대한 공예의 근원적 성찰에 대한 강렬한 설득력은 쉽지 않았던 듯싶다.

CD프로젝트가 표면이라면 기획전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는 공예비엔날레에서는 심층에 해당된다.

굳이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를 거론하지 않는다 해도 심층 즉 구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연시되고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공예의 모든 장르를 망라하는 지구촌 최대의 공예 향연이라는 명제를 유지하면서 2년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가 아홉번째 개최되는 것이니 충분히 성장해 성년을 코앞에 두고 있는 격정의 청소년기를 지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2015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통해 더 혈기왕성한 창조적 도전정신의 추구를 욕심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빛으로부터 빛에게로 이어지는 무채색의 근원과 그 반작용으로 토해내는 빅뱅과 인간 본질에 대한 차분한 성찰의 추구 역시 탐욕적인 현란함을 초월하는 깊은 심층일수도 있겠다.

다만 그로 인해 인간은 무엇을 공예로 느끼고 있으며 그 공예는 본질이 무엇이고 사람들은 그것에서 과연 무엇을 찾을 수 있을꼬….

오! 아름다운 빛이여, 빛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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