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가을이 왔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9.16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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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오규원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 여름 흔적이 가시기도 전에 문득 가을로 들어섰습니다. 하늘이 달라지고 바람이 달라졌습니다. 계절의 변화는 시인의 말처럼 대문이 아니라, 도둑처럼 담장을 넘어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심했던 어느 날 꽃잎 위로, 거실의 바닥 위로 오는 가을은 단단했던 마음까지도 헤집고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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