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의 작심발언과 충북체육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의 작심발언과 충북체육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9.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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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의 소신발언이 체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체육계의 금기로 여겨진 ‘행정관료 조직에 대한 쓴소리’를 직격탄으로 날려 전국적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체육계에선 ‘정통 체육인’으로 통하는 대전 출신인 그는 “현 정부가 80년대 식으로 체육회를 간섭하고 공무원은 상전, 체육인들은 아랫 것”이라고 일갈했다. 오는 2017년 2월까지로 계획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1년 앞당기라고 다그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내친 김에 현 정부의 체육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내년 8월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내년 2월까지 양 체육회를 통합하라는 건 사실 무리수다. 여기엔 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는 게 체육계의 정설이다. 그렇더라도 이기흥 수석부회장이 거침없이 쏟아낸 발언들은 체육단체의 규모를 떠나 전국의 체육인들이 깊게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행정조직과 체육의 관계는 늘 갑(甲)과 을(乙)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 행정조직이 예산 즉 돈줄을 쥐고 있는 이상 이런 역학관계는 앞으로도 쉽게 불식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의 정도가 지나치면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았고 그러기에 체육인들은 스포츠라는 특성을 감안해 자율권을 달라고 요구하지만 그 때마다 관료조직은 행정마인드를 앞세워 사사건건 어깃장을 놨다.

우리나라의 행정과 체육 사이에 본격적인(?) 갈등을 부추긴 원흉은 공교롭게도 88서울올림픽이다. 19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서울올림픽이 확정되자 정부는 이듬해 3월 20일 체육부를 급거 창설하고 초대 장관에 당시 신군부세력의 실세인 노태우를 임명했다. 당연히 올림픽 준비의 속도전과 효율성을 내세운 행정관료의 입김이 횡행할 수 밖에 없었고 이후 양측간의 불편한 동거가 진화와 변신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충북체육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있다. 전국의 시도지사가 광역체육회의 당연직 회장을 맡는 현실에서 그래도 충북은 순수 체육인 출신을 도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체육인들의 긍지를 높였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들의 체육인들에 대한 신뢰가 아직도 정착되지 않았고 이의 원인제공자가 결국엔 체육인 스스로라는 점이다.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체육단체들의 각종 비리와 부정행위만 봐도 그렇다. 근자에만 불거진 충북씨름협회를 비롯한 충북야구협회, 충북산악협회, 충북카누협회의 보조금 횡령사건 등을 대하는 도민들은 실망을 넘어 큰 배신감까지 갖게 됐다.

체육인들은 어쩔 수 없이 서류와 문서작업 즉 ‘페이퍼’에선 행정공무원들한테 뒤진다. 이기흥 수석부회장도 이 점을 적시하며 "체육인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빌미를 제공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도 체육인들한테 더욱 요구되는 자질이 있다. 정직과 신의, 성실이다. 이것이 곧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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