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할까요?
무슨 일을 할까요?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5.09.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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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小品文
▲ 강대헌 <에세이스트>

“지금은 봄이지요, 봄 다음엔 겨울이 오고 다음엔 도둑놈이 옵니다. 몇 살이냐고요? 오백두 살입니다. 내 색시는 스물한 명이지요.”

누가 한 말일까요? 고시공부를 하다가 지쳐버린 어떤 청년이 한 말이라고 마종기 시인은 정신과 병동 이란 그의 시에서 적었더군요. 때는 1963년이니까, 적잖은 세월이 지나갔군요. 그럼, 이제 옛이야기처럼 된 건가요? 50년도 더 지났으니 말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청년들이 아직도 많잖아요. 그러다 덜컥 합격이라도 하면, 청년이 태어나 자란 동네 입구와 청년이 다닌 학교 정문에 경축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잖습니까.

부작용이야 어디 한두 가지겠습니까? 어떤 청년은 쓰디쓴 고배를 연거푸 마시다가 반백(半白)의 나이가 되기도 하고, 공황장애나 우울증으로 시달리거나 급기야 기운이란 기운은 쏙 빠져버려서 좀비처럼 된 청년도 있다고 하니까요. 고시 폐인이란 말조차 너무 익숙한 분위기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 1조 1항이 “대한민국은 고시공화국이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이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는지 답답합니다. 눈이 뒤가 아니라 앞에 달렸음을 기억합니다. 곧 다가올 미래의 문을 잠깐만이라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얼마 전에 어느 TV 방송국의 〈명견만리〉라는 프로그램에서 20년 뒤에 사라지는 직업들을 언급한 적이 있더군요. TV 화면에 나타난 직업은 모두 40개였습니다.

인명구조원, 카페 직원, 택시 운전사, 미용사, 회계사, 전기기계 조립자, 부동산 중개인, 치위생사, 식당 주인, 농식품 과학자, 약사, 요리사, 세무사, 신용분석가, 배우, 운송업자, 관광가이드, 교사, 스포츠 심판, 은행원, 의료기술사, 동물사육사, 도서관 사서, 호텔리어, 임상실험가, 의사, 변호사, 판사, 이발사, 항공공학자, 지질학자, 방송 엔지니어, 아나운서, 전기공학자, 제빵사, 보험업자, 건설노동자, 봉재사, 원자력기술자, 제약기술자.

만에 하나 고시에 붙는다 해도 그리 안심할 상황은 아닌 거죠. 프로그램의 이름에 명견(明見) 이란 말이 들어가 있으니, 제대로 대비한다면 암울(暗鬱)의 그림자는 어느 정도나마 걷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자리가 먼저 사라질 것인가?”라는 옥스퍼드대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연구해온 주제이기도 한데, 이들은 모두 702개의 일자리를 분석해 47%의 일자리가 20년 안에 사라진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서비스 분야를 로봇이, 전문 직종은 “기존의 관리 방법이나 분석 체계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막대한 양의 정형 또는 비정형 데이터 집합”인 빅 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컴퓨터가 대체하게 된다는 예측인 겁니다.

앞으로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까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에 겪는 것으로 족하다”라는 위로가 고맙기만 한 시절입니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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