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의 감정수업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5.09.0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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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9월은 독서의 계절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람은 한 달에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중국 2.6권을 읽었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1.3권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 지금 읽는 책이 있는지요?” 아니면, “읽고 싶은 책이 있는지요?” 하는 질문에 하나라도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독서에 관심 있는 사람이다. 독서인구가 점점 줄고 있지만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9월은 독서의 달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독서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독서인구 저변확대에 노력한다.

음성도서관은 독서의 달 행사를 준비하면서‘예술, 감정 그리고 인문학’을 주제로 철학박사 강신주 작가강연회를 마련했다. 

군 단위 도서관에서 작가강연회는 예산 부족 및 섭외의 어려움이 있지만 평소에 유명 작가를 접할 기회가 없어 신청자가 100명을 넘었다. 

강연회를 준비하면서 도서‘강신주의 감정수업(민음사)’을 읽었다. 사람의 감정은 어른이 되면서 희로애락의 네 가지 감정으로 압축된다. 그 안에 자긍심, 경탄, 사랑, 호의, 환희, 겸손, 끌림, 희망이라는 섬세한 감정은 잊고 산다. 

저자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감정을 억누르거나 죽이는 기술을 얻었다고 표현한다. 감정이 없다면 삶의 희열도, 추억도, 설렘도 없기에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살려 수많은 색깔로 덧칠해진 추억을 꺼내 들며 행복한 미소를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얼굴과 빛깔의 감정들을 되찾는 수업으로 시작한다.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는‘에티카’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48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본질을 명확히 규정했다. 

저자는 이러한 감정에 우리가 접했던 문학 작품을 접목해 감정과 문학을 이야기한다.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 펄 벅의 ‘동풍 서풍’,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연인’,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미우라 아야코의 ‘빙젼 등 노벨 문학상 작품부터 일본, 중국, 멕시코 등 다양한 문학세계를 다룬다.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빛난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을 사랑의 감정이 아닌 우연적인 ‘끌림’으로 읽는 것이 그렇다. 가난한 집, 큰오빠만 편애하고 딸을 아끼지 않는 어머니, 이런 조건의 어린 소녀이기에 부유한 중국인 사업가의 아들에게 끌림은 당연하다. 소녀는 자신의 감정이 우연적인 조건에 지배됨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단지 끌림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나 남자는 소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끌림이란 우연에 의해 기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그 어떤 사물의 관념을 수반하는 기쁨이다. 타자와의 마주침에서 발생하는 기쁨이 필연적일 때, 우리는 이 기쁨을 사랑이라고 한다. 

반면 그런 기쁨이 우연적일 때, 우리는 그것을 끌림”이라고 말한다. 문학에서 인생론으로 읽게 된다.

책 제목이 수업이고, 각 장 끝에는 철학자의 어드바이스가 있지만, 어렵거나 무게 잡지 않은 내 안의 감정을 깨우는 시도로 봐도 좋다. 하늘은 투명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억압되다 못해 거의 박제가 되어버린’ 감정을 깨우기 위해 제목만 읽었던 문학 작품을 다시 읽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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