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차라리 복지부동해라”
“공무원 차라리 복지부동해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5.09.06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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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형모 부장(진천주재)

“선거때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은 사업부서 공무원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천군수 보궐선거와 관련된 내부 분위기를 묻자 한 공무원이 대뜸 기자에게 꺼낸 말이다. 이 공무원은 그러면서 “

벌써 누구 편에 섰다는 얘기는 공무원 사이에서 비밀도 아니다”고도 했다. 공무원 ‘줄서기’가 시작됐다는 얘기였다. 

유영훈 군수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군수직을 상실하자 보궐 선거를 겨냥한 예비 후보들의 행보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행사장마다 나타나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세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군수 출마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한 명이라도 더 내 사람을 만들기 위해 뛰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는 지연·혈연·학연이 갖은 방법이 동원된다.

공무원도 포섭(?)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사업부서 공무원이라면 더욱 그렇다.

왜 사업부서 공무원일까. 

민원인과 자주 접하는 업무의 특성상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후보자로서는 쉽게 표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리 없다.

공약을 만드는 데도 큰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사업과 관련된 정책 자료를 챙길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공무원들로서는 곤혹스러울수 밖에 없다. “만약 거절했다가 당선이라도 되면 그때는 찍힐 것 아니냐”는 푸념 섞인 반응이 많다. 

진천군은 군수 공석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다. 권한대행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있다. 공무원들도 어수선해하는 분위기다.

군민 역시 마찬가지다. 군수의 부재가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럴때 일수록 공무원들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현안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만약 어수선한 틈을 타 줄서기를 해보겠다는 공무원이 있어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 권한대행은 이런 분위기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리더십 부재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공직기강 확립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리고 공무원 ‘흔들기’를 하려는 후보자가 있어서도 안된다. 보상이나 승진을 ‘미끼’로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할 공무원을 줄세우겠다는 생각도 버려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은 복지부동 행태로 자주 비판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공무원들이 ‘복지부동’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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