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기다리며
하늘을 기다리며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9.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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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첫 번째 이야기는 제17조사 승가난제(僧伽難提)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제17조사 승가난제 존자가 바람이 불어 구리로 된 방울이 울리는 것을 인하여 이에 물으시되 “방울이 울리는 것이냐, 바람이 울리는 것이냐?”

동자가 말하기를 “바람과 방울이 울리는 것이 아니고 내 마음이 울린 것입니다.”

승가난제 존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바람과 방울이 울린 것이 아니면 마음은 다시 무엇이냐?”

동자가 말하기를 “세 가지가 다 고요하기 때문이요, 삼매는 아닙니다.”

승가난제 존자가 “과연 잘 알았다. 나의 도를 계승할 사람이 그대가 아니고 누구이겠는가?” 곧 법을 부촉하신 뒤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마음자리는 본래 생기는 것 없으나/ 인타(因他)가 연으로부터 일어남이라.

연(緣)과 종(種)이 서로 걸리지 않으며/ 꽃과 열매도 또한 그러하네.

승가난제 존자께서 동자에게 법을 부촉해 마치시고 오른손으로 나무를 잡고 열반에 드셨다.

동자는 제17조사 승가나제 존자의 법을 이을 가야사다 이다. 승가나제 존자가 방울을 울리는 소리를 듣고 “바람이 울리는 것인지, 방울이 울리는 것인지?” 그 두 가지를 물은 것에 대해서 가야사다는 “바람이 울린 것도 아니고 방울이 움직여서 울린 것도 아니고 내 마음이 움직여서 울린 것이라”고 답변을 했다.

고요하다는 것은 바람, 방울, 마음 세 가지가 다 본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다.

비었다는 뜻과 같은 말이 아니겠는가.

꽃이 처음 필 때는 因이되고 열매가 맺히면 果가 되고 그 중간에 꽃이 피어서 열매가 맺는 동안에 사람이 가꾸거나 좋은 거름 따위가 緣 이 된다는 것이겠다.

좋은 인연을 만나야 좋은 결과를 거둘 수가 있는 것이다. 농사를 짓는 인연을 지어서 수확을 하는 것이 緣起(연기)이다. 그 본체는 實相 즉 만물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것이겠다.

예를 들어 불 자체가 실상이라면 불이 그냥 나는 것이 아니다. 성냥으로 불을 붙이든지 부싯돌을 치든지 전깃불을 켜든지 해서 불이 나게 하는 것은 연기이다. 또 사람의 본래의 마음자리가 실상인데 그 마음자리가 좋은 인연으로 생기는 것을 연기라고 한단다.

강원도 태백산 매봉산에는 40만 평의 넓은 배추밭이 있다고 한다. 해발 1250미터의 고산에 펼쳐져 있는데 이 산 아래 고개에 빗물이 떨어져 북으로 흐르면 한강, 동으로는 오십천, 남으로 흐르면 낙동강과 만나고 고개 이름은 삼수령이란다. 주변은 자작나무 숲이 하얗단다.

이 거대한 풍경 속에 2005년 귀향한 이정만 가족이 사는 집이 한 채 있단다.

그는 두 서너 해 농사를 망치고 나서야 우리 위에는 ‘하늘’이라는 섭리가 있음을 알게 됐단다. 이는 하늘을 기다리면 되는 것. 즉 능력이 바로 견디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겠다.

동자의 답변처럼 ‘내 마음이 움직여서 울린 것’ 이는 비교하지 말고 스스로 행복하자는 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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