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사태와 리더십
단수사태와 리더십
  • 석재동 기자
  • 승인 2015.09.03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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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석재동 <취재1팀 부장> 

청주시 2만여 가구는 지난달 1일부터 4일까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한여름 느닫없는 단수사태로 고통받아야 했다. 시민들을 생활용수를 공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고, 상인들은 음식준비와 설겆이를 하지 못해 오는 손님을 돌려보내야만 했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기관인 청주시의 정수장 공사과정에서 도수관로 이음새에 균열이 생기면서 발생한 사태였다.

단수사태가 불거지자 휴가 중이던 이승훈 청주시장은 급히 복귀해 현장을 지휘했다. 많은 시민들은 일사분란한 사태수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제대로된 사태수습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당일이면 복구된다던 단수사태가 그 뒤로도 사흘이나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을 안심시키겠다고 발표했던 복구조치를 여러차례 뒤로 번복돼야만 했다.

뛰어난 리더는 위기상황에서 드러난다.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돌리면서 당장 불거진 사태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습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리더가 정치인이라면 일종의 보여주기식 사태수습과정도 언론을 통해 전해지곤 한다.

하지만, 청주시가 보여준 사태수습과정은 뛰어난 리더가 지휘하는 조직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성난 민심을 잡겠다고 시에서 빼어든 대책은 직제상 상수도업무를 총괄하는 전명우 상수도사업본부장에 대한 사실상 경질이었다. 이를 두고 꼬리자르기식 처방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시청안팎에서는 여전히 전명우 전 본부장이 단수사태의 최종 책임자였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질때마다 간부공무원이 책임져야 한다면 누가 과연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하겠느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시정을 이끌고 있는 이승훈 청주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한 대시민 사과로 책임을 다했다는 모양새가 갖춰졌다. 단수사태가 진행 중이던 당시 기자회견장에서는 책임자 처벌이라는 말이 여러차례 언급됐다. 

당시 이 시장은 단수규모 파악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가 성난민심을 의식한 듯 며칠 후 입장을 바꿨다.

청주시장은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기초단체를 이끌어가는 선출직 공무원이자 곧 정치인이다. 

정치감각이 뛰어난 정치인은 자신의 선거구에서 단수사태가 벌어졌다면 아마도 심중팔구 물지게를 지고 비탈길을 걸어 단수사태로 고통받고 있는 선거구민의 가정를 찾았을 것이다. 그 곳에서 수많은 성난 민심을 확인했을 것이고, 심하면 육두문자까지도 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발길을 되돌리며 속으로 웃을 것이다. 최악의 단수사태를 초래했지만, 선거구민들의 마음속에는 “그 사람 그런 심한 말을 들으면서까지도 묵묵히 물지게를 지데”라는 좋은 평판은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정치감각은 바로 이런 것이다.

과연 이승훈 청주시장은 이번 단수사태를 겪으면서 시민들에게 어떤 평판을 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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