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아이들
  • 최 준 <시인>
  • 승인 2015.09.03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최 준 <시인>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는 아주 희망적이고 고전적인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청소년들이 미래인 것은 맞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옮겨올 테고, 앞 세대는 원하든 원하지 않던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져 주어야 한다. 그게 순리이고 이치이다.

자식이 불행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 부모의 심정을 자식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무조건적이며 일방적이다. 하지만 이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은 때로 자식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칼이 될 수도 있다. 부모는 종종 자식이 자신의 분신임을 내세워 자식의 성장과정에서 일종의 권리 행사를 하려 들기 때문이다. 소명감 섞인 관심이며 노력이지만 이건 부모의 월권이다.

생각해보면 자식은 자라나면서 하나의 개체로 스스로 존재하는 개별성과 독립성을 가진다. 자식에게도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 부모의 생각에 대해 부정하고 부모의 희망과는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부모인 자신보다 자식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자식이 고스란히 따라주기를 바란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슬픈 소식을 뉴스에서 들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37만 명에 이르는데 그 중 절반은 아예 소재 파악마저도 안 된다고 했다. 학교라는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거나 유학을 간 청소년들이 절반이고 나머지 아이들은 거리 청소년들이라는 의미다. 거리의 아이들이 누구인가. 그들은 곧 나의 자식이자 우리의 자식들이다. 거리 청소년들은 너무도 때 이르게 이 사회에서 이탈한 아이들이다. 몸은 사회에 있으되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사정이야 분분하겠지만 아이들은 모두 나약한 존재다. 이들을 껴안아야 하고 보듬어 일으켜야 하는 책임은 고스란히 기성세대의 몫이다. 그 외롭고 아픈 아이들을 두고 이런 상황을 아이들만의 책임으로 돌려 방치하는 사회가 우리의 현실이라는 게 너무도 안타깝다.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우리 사회는 개선의 목소리는 높지만 이들 목소리들은 대부분 허황하고 공소한 울림만을 전해준다. 이들을 위해 잠 잘 방을 마련하고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미봉책들로 거리의 청소년들이 줄어들 거라고 믿는다면 그건 환상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바뀌지 않는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생각하는 건 무수하게 거론되었던 교육 문제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들에게 대학 진학이 마치 인생 행복의 절대요소라도 되는 양 목숨을 건다. 사회생활을 해 보니 자라면서 학교에서 그토록 고생하며 배운 것들이 삶에는 정작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너나없이 경험으로 확인했으면서도 말이다.

인간으로 태어나게 했으면 신은 그들에게 저마다 살아갈 재능 하나씩은 각기 주어서 보냈다. 이런 사람들로 세상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유지해 나간다. 농사짓는 이가 농기계까지 만들 필요 없고 고기 잡는 이가 배를 만들 이유가 없다. 세상은 농사짓고 고기 잡고 농기계와 배 만드는 이도 있어야 한다.

오로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성장기를 고스란히 희생당해야 했던 우리 세대의 비극을 청소년들에게 물려준다면 이 사회는 다음 세대에도 여전히 아귀다툼이고 거리 청소년들로 골머리를 앓을 게 불 보듯 빤하다.

그들의 손발을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옥죄지 말고 풀어주자. 책상에 주저앉혀 놓고 책만 던져주지 말고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주자. 모두가 대통령 되고 모두가 판검사 의사 박사가 된다면 세상은 망한다. 하는 일과 생각을 떠나 인간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적인 존재들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하자.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