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vs 자존심 그리고 나르시시즘
자존감 vs 자존심 그리고 나르시시즘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
  • 승인 2015.09.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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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박사·교육심리>

서울역에서 시간이 급해 비싼 모범택시를 탔다. 70이 넘어 보이는 기사의 차 안에는 훈장증과 훈장 같은 것이 장식되어 있었다. 약간은(?) 촌스러운 내 모습을 훑어보고는 툭 툭 반말 비슷하게 던지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그분은 참전용사로서, 서울사람으로, 비싼 택시 소유자로 촌스러운 내게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서울역 근처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민노총 젊은이들과 나를 동일시했는지 손님에 대한 친절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온통 욕만 했다. 당장 택시에서 내려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나이 많으신 분이라 참았다. 

늦은 밤 청주행 기차 안에서 찜찜했던 기분을 전화할 겸 모범택시 할아버지에 대해 심리분석을 했다. 자존감, 자존심, 자부심, 나르시시즘 등의 용어들이 아른거렸다. 

자존감(self-esteem)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이다.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고, 실패와 성공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으로 심리학자 조세핀(Josephine. K)은 어려움을 털고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오뚝이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즉 자존감은 스스로 자신을 인정할 줄도 알고 용서할 줄도 알며 실패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아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을 투자하는 힘이다.

자존감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자존심(hubristic price)이 있다. 자존심은 내가 아닌 타인에게 존중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열등감이 포함돼 있다. 자존심은 타인과 비교해서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될 때 느끼는 것으로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기보다 타인들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에 의존한다. 

“저기 신입 김 주무관은 이렇게 했는데 5년차인 당신은 이게 뭡니까. 생각 좀 하고 사세요.”라고 비교를 당하면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이 남아서 반감이 생기고 상처를 받고, 심지어 원한이 되기도 하며, 자존심이 상해서 옥상에 올라가 담배만 축낼 것이다. 

자존심은 타인과의 경쟁 관계 안에서 규정되며, 자존감은 경쟁 관계 바깥에 있다.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때 고양되는 자존심은 경쟁에서 패배하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자존감은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받는 것이 아니다. 만약 타인의 비난이나 무시가 스스로의 판단에 근거해 ‘옳지 않은 것’이라면 나의 자존감은 상처 입지 않는다.

한편 자부심(authentic price)은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감정(자랑, 자긍, 긍지)으로 자존심과 다르다. 그런데 자부심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1등 했을 때 자부심을 느끼지만 3, 4등 하면 자부심이 떨어질 수 있다.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기애)은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의 꿈속에 사는,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애착하는 심리적 기제로 나르시시즘에 빠지면 자신에 대한 거짓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냉정하게 볼 수 없다.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모습과 자신에 대한 팽창된 개념을 갖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싶어 한다. 이러한 개인들은 자신에게 특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자기 혹은 이상화된 대상이 전능하고 완벽하다는 환상을 갖는다. 이런 사람들의 특별한 정서는 부풀려진 자기평가가 유지되는 동안에의 의기양양함은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그것이 손상될 때는 심한 우울감 또는 ‘자기애적 격노’라고 불리는 심한 분노를 표출한다. 

그 모범택시 할아버지는 어디에 가까운 분이실까? 안타깝지만 나르시시즘에 가까운 분으로 분석됐다. 

인간은 누구나 나르시시즘, 자부심, 자존심, 자존감을 갖고 살아간다. 다만 나이가 들어가고 경험이 쌓여 간다는 것은 인격적으로 되어 간다는 것으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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