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가슴 - 아버지 학교 1
사내 가슴 - 아버지 학교 1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9.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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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이정록
 
아들아, 저 백만 평 예당저수지 얼음판 좀 봐라. 참 판판하지? 근데 말이다. 저 용갈이 얼음장을 쩍 갈라서 뒤집어보면, 술지게미에 취한 황소가 삐뚤빼뚤 갈아엎은 비탈밭처럼 우둘투둘하니 곡절이 많다. 그게 사내 가슴이란 거다. 울뚝불뚝한 게 나쁜 것이 아녀,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그 틈새로 시원한 공기가 출렁대니까 숨 쉬기 수월하고 물결가락 좋고, 겨우내 얼마나 든든하겄냐? 아비가 부르르 성질부리는 거, 그게 다 엄니나 니들 숨 쉬라고 그러는 겨. 장작불도 불길 한번 솟구칠 때마다 몸이 터지지, 쩌렁쩌렁 소리 한번 질러봐라, 너도 백만 평 사내 아니냐?

# 세상이 험할수록 부모들은 자녀들이 무탈하게 잘 살아주길 바랍니다. 내던져진 존재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매끈하고 편편한 얼음장도 뒤집어보면 어느 한 곳 매끄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흐르는 물길에 울퉁불퉁해진, 상처라면 상처이고, 무늬라면 무늬인 저 얼음의 뒷배. 품이 큰 사내의 쩌렁쩌렁한 울림도 단단해지기 위한 견딤의 시간임을 엿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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