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5.09.0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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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강대헌 <에세이스트>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문외한(門外漢)으로 사는 것 같다. 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그런데도 세상은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듯이 온통 현기증이 날 정도로 잘도 돌아만 간다.

소설을 쓰는 많은 작가들의 경우도 내겐 문 밖의 세상으로서 직접적인 관련도 없을뿐더러, 그런 유형의 글을 잘 읽지도 않는다.

그런데 하필이면 소설가 임철우가 “작가는 적어도 자기가 살아온 시대의 문제를 재단(裁斷)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박범신이 “작가는 자신이 사는 시대가 가장 위험하다고 가슴 아프게 느끼는 존재이지요”, 그리고 이외수는 “온 세상이 그대를 몰라주더라도 하늘만 감동시키면 운명이 달라진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박상미라는 페친을 통해 알게 되었다.(페친이란 말은 페이스북(Facebook) 친구의 줄임꼴로 페벗으로 쓰이기도 한다.)

“궁금한 게 많아서 문학, 심리학, 대중문화, 영화를 두루 전공했다”는 박상미는 평론가이면서 칼럼니스트로서 활약하고 있다. 그가 얼마 전에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라는 따스한 책을 냈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박상미의 공감 스토리텔링》이라는 제목으로 주간경향에 작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게재한 원고 중 19인의 인터뷰를 정리해 묶은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인터뷰 시리즈의 엄청난 애독자였고, 틈틈이 리뷰(review)로써 답을 하기도 했던 것이다.

굳이 예를 들자면, “공지영, ‘난산’ 끝에 찾은 사랑”이란 인터뷰 에세이를 읽고서는 그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리뷰를 남긴 적이 있다.

“C가 C를 낳는다!

어느 한 작가의 작품세계 속에서 묻고 답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단 한 번의 윙크도 보내지 않으면서, 연신 묻기만 하는 작가는 피곤하다.

박상미가 만난 공지영은 그렇지 않았다. 맨발로 글목을 돌다』로 묻고는 『수도원 기행2』로 답했다.

다음 물음들에 대한 답을 알고 싶다면 인터뷰 기사를 읽어 보면 된다.

2, 4, 5는 선택형.

1. 공지영이 책을 낸 후 최고의 후유증을 겪게 한 작품은? 2. 인생엔 참 버릴 게 (많다/적다/없다).

3. 마르크스보다 더 힘이 센 것은 무슨 활동인가? 4. 공지영은 (위선 떠는/112에 신고하는/앉아서 욕만 하는) 사람을 진짜 싫어한다. 5. 우리가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죽음은 (자살/빈사/사형)이다.

아무래도 인간에 대한 예의로서 최소한의 서비스는 해야겠다. 위에서 말한 두 개의 C는 고백(confession)과 위안(comfort)이다. 나도 누구처럼 깊은 눈빛과 따뜻한 손의 체온을 갖고만 싶은 눈 내리는 저녁나절이다. 

혼신을 다해 뛰고 있는 박상미가 무척 고맙다. * ‘글목’이란 글이 모퉁이를 도는 길목이란 뜻으로 작가가 만든 말이다.” 물론 그의 책에 대해서도 간단하게나마 리뷰를 남겼다.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는 박상미의 책은 <작가의 말>부터 남다르다. 다음과 같은 감상에 젖어들 수밖에 없었다.

ㆍ우리는 박상미가 쓴 인터뷰 에세이를 통해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ㆍ타인이라는 우주를 만나는 통로로서의 대화는 꼭 탑승해야 할 비행선과도 같다. 멋진 항해를 하고 싶다면 자음과 모음이란 볼트와 너트뿐만이 아니라, 박상미라는 매력적인 조종사와 함께 해야 한다.

ㆍ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무엇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싶다. 내 꿈을 액즙처럼 짜면, 사랑이란 추출물이 나오길 바란다.

ㆍ인터뷰어의 진심은 상대의 마음을 여는 유일한 열쇠이다.

ㆍ오늘이 답답하고 외롭고 쓸쓸하여 내일이 막막할 때, 이젠 더 이상 풍선껌 와우(WOW)를 씹지 않으련다. 대신에 박상미의 삶을 넓혀준 대화 속으로 들어가겠다. 거기엔 지혜도 있고, 위안도 있으니까.

ㆍ딸이 밤새 쓴 글을 새벽에 일어나 다듬어 주시던 아버지께 드린 이 책은 베토벤 9번 교향곡의 <환희의 찬가>와 마찬가지일 거다. 아버지로서 이보다 더 큰 환희는 없을 테니까. 

이 놀랍고도 소중한 책 때문에 진심으로 인생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날마다 늘어나길 바란다.”

내가 박상미를 애지중지(愛之重之)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가 인터뷰 에세이의 진수(眞髓)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솔직하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어 상대의 진심을 술술 풀어놓게 하는 박상미, 그는 나의 둘도 없는 페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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