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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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수 <옥천삼양초 사서교사>
  • 승인 2015.08.3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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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지수 <옥천삼양초 사서교사>

2015년 8월. 반가운 작가의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바로 김진명의 ‘글자전쟁’(새움 출판사)이다. ‘고구려’ 6편을 애타게 기다리는 와중에 보게 된 책이라 반가움은 배가 되었다. ‘글자전쟁’은 지금 저자가 진행하고 있는 호흡이 긴 소설 ‘고구려’를 집필하던 중에 만든 부록소설은 아닐까 할 정도로 맞물려 있던 각 나라를 연결하다 보면 종래에는 소설 ‘고구려’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배경을 이루게 되는 것 같다. 

‘글자전쟁’은 독자에게 한자를 처음 만들어서 사용한 나라와 민족은 누구인가 라는 화두를 과감히 던진다. 소설 속의 소설 프레임 형식을 빌어 과거로 역추적해가는데 주인공 태민이 우연히 알게 된 소설가 전준우의 USB에 담긴 소설을 통해서이다. 전준우의 소설은 소설 내에서 갈색활자로 별도 표기되어 있는데, 덕분에 한 번에 두 권의 소설을 읽고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한다. 이런 형식이 비단 낯설지는 않으나 이런 흐름 덕에 더 많은 정보를 통해서 진실에 접근해가고 있다는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경험했다.

이 소설의 요지는 한마디로, ‘한자는 우리 민족이 만든 글자다’이다. 동쪽 오랑캐라는 뜻의 ‘동이’는 과거 중국이 우리를 가리키던 말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문자라고 알고 있던 한자가 실은 동이족이 만든 문자라고 한다. 이것을 은나라가 갑골문으로 발전시켜 사용하다 오늘날에 이르렀다. 

문자란 그 문자를 만든 민족의 풍습을 자연스레 담을 수밖에 없는데, 오늘날 우리가 아는 한자 가운데, 논답(畓)과 집가(家)가 한족에는 없는 동이족만의 풍습을 담은 문자이다. 이를 단순 소설 속 허구라 치부하기에는 몇몇 한자의 어원과 모양, 그리고 중국의 대문호 임어당의 발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 장관이 여담처럼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서 우리나라도 문제가 많다.”라 했더니, 임어당 선생이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인데 그것도 아직 모른단 말입니까?”라 핀잔했다고 한다. 나는 이 발언을 가지고 한동안 임어당에 관한 폭풍검색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많은 사람은 한자를 중국의 문자라 믿는다. 어쩌면 그것은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분명히 존재했을 집단지성의 대표적 폐해가 아닐까 싶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소설 속 소설, 전준우의 소설의 앞부분에도 한마을 주민의 몰살을 다룬다. 결국 그 이유가 동이족이 만든 글자 弔를 없애고, 유생 석정이 예의 형식을 빌어 장례 시 사용하라고 한 吊을 널리 사용하기 위함이었다고 조심히 전한다.

결국 한자에서 공자로부터 출발하는 ‘예’에 어긋나는 글자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삭제해버리는 행위와 공자를 이어받은 사마천을 통해 한자는 서서히 우리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이 되어버렸다. 

요즘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문제가 뜨겁다. 몰랐으면 모르되 우리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든다면 적어도 관심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것을 단순히 어렵고 낯설다고 그만둔다? 우리 것일수록 더 잘 알고, 내력을 이해하고 가르치고 자주 접해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는 게 교육이 아닐까 한다. 

할 말은 넘치는데, 부족한 글 실력과 표현능력 99퍼센트, 제한된 1퍼센트의 지면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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