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하늘 아래서도 소나기를 맞는 이들이 있습니다
비 갠 하늘 아래서도 소나기를 맞는 이들이 있습니다
  • 김태종 <삶터교회당 목사>
  • 승인 2015.08.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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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김태종 <삶터교회당 목사>

오늘, 8월 27일 낮 1시,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서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또 다른 일로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두 곳 다 가봐야 할 입장이었지만, 몸이 하나이니 부득이 한 곳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그래서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기로 한 겁니다.

사정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으리라 싶습니다. 그것은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지게차 사고로 한 젊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참사입니다.

지난 7월에 일어난 이 사고는 갖가지 뒷이야기가 무성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상황에 걸맞은 대응만 했더라도 아까운 생명을 잃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실제 상황은 전혀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회사는 당초 불렀던 구급차를 돌려보내고 엉뚱하게도 전혀 상식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부상자를 수습했으며, 가까운 곳에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와 협력관계의 병원으로 후송하느라고 시간을 지체했습니다.

문제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 사고를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를 하려고 했다는 것이 드러났고, 협력병원은 자신들이 다룰 수 있는 부상이 아니라고 하여 다른 병원으로 이송조치를 하느라고 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였다는 겁니다.

그렇게 손도 써 보지 못하고 보낸 시간이 한 시간 반, 결국 하나병원에 도착했을 때 부상자는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되었다는 것이 사고의 대략적인 전말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의 대응은 정확했는지, 앞으로 지역사회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할 것인지 등이 기자회견에서 다루어진 내용입니다. 그 기자회견장에 피해 사망자의 아버지께서 참석했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오그라들었는데, 그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아들이 다니던 회사의 대표는 아직 얼굴도 못 보았다는 겁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갔고, 지청장을 만나 확실한 사후처리라도 하겠다는 대답도 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지역사회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선진국에는 기업살인법이라고 하는 노동관련 법규가 있다고 하는데, 늦었지만 우리도 이것을 적용하는 법률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른다섯 살짜리 아들을 잃은 야윈 노인의 몸을 꼭 안아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아들 잃은 아버지를 무슨 수로 위로할 수 있겠느냐고, 그렇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 죽은 아들의 원혼을 달래고, 유가족들에게도 힘이 되는 일을 꾸준히 찾겠다는 말을 겨우 할 수 있었습니다.

노인을 안고 올려다 본 태풍 걷힌 하늘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저렇게 푸르고 맑은 하늘 아래서도 소나기를 맞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 잃은 슬픔이라는 이름의 소나기, 자본이 춤을 추는 사회에서 사람의 목숨은 단지 수단이나 도구가 된 것을 자식을 잃음으로써 확인한 분노라는 이름의 소나기,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이름의 소나기를 맞으며 서 있는 이 노인에게 누가 우산이 되어 줄 수 있는지를 묻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비극들을 겪어야 우리 사회가 희망을 말할 수 있을지를 물으며 다음 일정을 향해 길을 나섰는데,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최소한 이 유가족이 외롭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그리고 그럴 수는 있을 거라는 중얼거림으로 스스로를 달래는 변명이 괜히 초라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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