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노다지 … 지역발전 이면엔 자연훼손·건강악화 심각
기업들 노다지 … 지역발전 이면엔 자연훼손·건강악화 심각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5.08.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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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석회광산지역 공동화 실태와 대책 <3>
▲ 제천에 위치한 아세아시멘트

석회석산업이 충북 북부지역을 이끄는 주요 경제주체 중 하나지만 그만큼 희생이 따르고 있다. 석회석광산 채굴과 시멘트 생산과정은 여러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주변 주민들의 재산과 건강피해, 교통시설물과 안전사고 문제, 분진피해 자연환경 파괴를 동반하고 있다.

제천·단양지역은 1960년대 시멘트 공장이 가동됐다. 당시 정부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중이었다. 1962년부터 5년 동안 신규 기간산업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 신규기간산업에 시멘트산업이 포함됐다. 이때부터 제천·단양 석회석 지대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앞다퉈 석회석광산 채굴에 뛰어들었다.

단양지역의 경우 그동안 많은 석회석이 매장된 산이 없어지고, 산 허리가 잘려나갔다.


지역주민 피해와 자연환경 파괴 실태

채굴 끝난 지역 폐허로… 폐석사면 붕괴·낙석 발생

제천·단양 전역 수십년간 진행… 원상복구 어려워

대형차량 등 이동… 주민 안전사고 증가 불안감 고조

분진 노출… 기관지염·피부 질환 등 주민건강 위협


1960년대 제천·단양의 시멘트 산업은 지역경제를 이끄는 새로운 산업이었다. 당시 오랫동안 유지됐던 석탄산업도 새로운 대체에너지원 개발과 도입으로 사양길에 접어드는 상황이었다. 단양 등 북부지역은 당시 많은 탄광이 채굴된 석탄이 지역경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석탄자원의 고갈, 석유 등 새로운 에너지원이 자리잡으면서 탄광이 문을 닫는 곳이 생기는 등 위축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시멘트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제천·단양의 새로운 경제의 축으로 자리잡아갔다. 지역주민들의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기여를 하면서 수십년 동안 제천·단양의 석회석 채광을 통해 기업을 키워나갔다.

그러는 사이에 석회석광산지역은 피폐화되고 있었다.

# 환경과 생태계 파괴

제천과 단양은 석회석지대다. 충북의 석회석지대는 단양에 밀집돼 있다. 단양군 매포읍, 어상천 등 남한강을 낀 이들 지역은 그야말로 석회석광산을 통해 기업들이 노다지를 캐고 있다. 그렇게 수십년 동안 채굴하는 과정에서 이들 지역의 자연은 크게 훼손됐다.

석회석 채굴지역에 대한 복구는 엄두도 못낸다. 원상복구라는 개념은 없다. 그러다 보니 석회석 채굴이 끝난 지역은 원상복구가 아닌 폐허로 남아 있는 것이다. 석회석 광산의 채굴이 진행되는 곳이나 폐광산지역은 폐석사면 붕괴, 낙석 발생 등으로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비단 석회석 광산 뿐만 아니다. 시멘트 완제품 제조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재료 중 하나가 점토다. 시멘트 기업들은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제천·단양의 질 좋은 점토를 구하고 있다. 공정과정에서 소요되는 물류비용 등을 감안할 때 채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양의 경우 일부 지역의 점토가 우수한 편이다. 결국 수십년 동안 단양의 석회석지대 외에서 점토 채굴이 이루어졌다. 원상복구를 전제로 채굴허가가 나기는 하지만 자연과 환경이 인위적으로 훼손된 후 원상복구는 힘들다. 단양은 석회석지대 뿐 아니라 점토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채굴이 이뤄지고 있다. 단양지역 전역에서 환경파괴가 수십년 동안 진행되고 있지만 원상복구는 요원하다. 

자연환경의 파괴는 동식물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석회석광산 주변지역이 발파로 인한 진동과 소음, 비석, 분진으로 많은 동식물이 사라지고 있다.

# 석회석광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제천·단양의 석회석산업은 우리나라 시멘트 산업에 일조했지만 교통물류 발달에도 기여했다. 충북 북부지역은 시멘트 산업에 대한 비중이 커지면서 이를 수송할 물류도 함께 발달시켰다. 철도가 대표적이다. 한꺼번에 많은 물량의 시멘트를 생산지에서 산업현장으로 실어나르기에는 철도만한 교통수단이 없다. 

철도 뿐 아니라 도로망 등 석회석광산 지역의 교통시설도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개설되는 등 물류여건 개선에 정부와 지자체의 투자와 관심이 집중됐다. 

도로 여건이 개선돼 지역주민들의 교통편의에 기여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석회석광산지역에서는 그에 따른 역기능적 측면도 많다. 

시멘트 회사들은 철도 외에 시멘트 수송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대형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이들 대형차량들은 제천과 단양지역 도로 파손과 안전사고의 주범이다.

도로 여건이 개선되지만 이러한 대형차량들의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석회석광산지역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안전사고가 많아졌다.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도로편의시설 역시 시멘트 수송 차량들로 인한 피해를 입기는 만찬가지다. 대형 수송차량들의 불법 난폭 운행은 도로파손과 지반침하의 주범이다. 각종 도로 관련 편의시설 파손 등을 위한 복구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대형차량 과속 운행에 따른 소음 피해도 적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한 방음시설도 지자체가 감당해야 한다.

이처럼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멘트 수송과정의 교통수단은 지역의 경제적 피해를 상당히 입히고 있는 것이다.

▲ 단양군 매포읍 전경

# 주민 생활불편과 건강피해

석회석광산 개발은 수십년 동안 많은 지역주민들의 민원 대상이었다. 분진, 소음, 비석(발파과정에서 멀리날아가는 암석의 파편) 등의 피해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석회석광산 주변 지역주민들은 오랫동안 발파진동, 소음에 시달려왔다. 석회암 채굴과정에서 폭약을 이용해 암석을 분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발파에 따른 진동과 소음 피해가 발생한다. 채석장 주변 주민들에게 심리적, 생리적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역주민 뿐 아니라 가축 피해가 종종 발생하면서 시멘트 업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주민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문제다. 석회석광산 채굴과 시멘트 공장의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많은 분진이 생긴다. 이는 주변지역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분진에 노출되면 만성기관지염, 진폐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장애와 위십이지장궤양 등 소화기 질병, 습진성 병변, 손톱주위 부식, 피부감염 등 피부질환이 발생한다. 

특히 재활용 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 중 중금속 함유 비산과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 발생이 우려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지난 2012년 전국 4개도 5개 시·군 지역 17개 읍·면·동에 영향을 주는 8개 시멘트 공장 주변 지역주민 799명에 대해 건강실태조사를 벌였다.

당시 전국시멘트산업 지역주민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진폐증(88명), 폐암(5명), 만성폐쇄성폐질환(707명) 등이 확인됐다. 충북은 제천에서 진폐증 11명, 폐암 2명, 만성폐쇄성폐질환 71명 등 83명이 질환을 앓고 있다.

단양은 진폐증(25명), 만성폐쇄성폐질환(134명) 등 159명의 건강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시멘트공장 분진로 인한 건강피해 결정을 한 사례도 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재위원회는 지난 2013년 5월 시멘트 공장 인근 지역주민들이 먼지로 인한 건강피해 배상을 요구한 사건에 대해 그 피해를 인정하고 시멘트 4개사에 총 6억230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당시 제천과 단양, 강원도 영월과 삼척지역 소재 4개사의 5개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 99명이 시멘트 공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로 인해 진폐증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에 걸리는 건강상 피해와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시멘트 공장을 상대로 15억5800만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처럼 석회석광산 개발과 시멘트 공장 가동이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엄경철·이준희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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