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젊은이여
고맙다 젊은이여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8.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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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편지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참으로 대견했다.

아니 눈물이 날정도로 흐뭇했다.

제대특명을 받은 병사가 나라를 지키겠노라며 전역연기를 신청했다. 먼 이스라엘 유대장병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휴전선을 지키던 우리 대한민국 장병들이 그랬다.

국방의 의무를 지기 위해 군에 간 병사들은 제대날짜를 손꼽아 기다린다. 사회로 복귀하는 그날이 있어 힘들고 어려워도 꾹 참고 버틴다. 당연히 제대특명은 의무병들의 꿈이자 낙이다.

그런 그들이 안전과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전역을 마다하고 비상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전선을 지키겠다고 자원했다.

그들이 있어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했고, 국민들은 행복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20대 초중반의 젊디젊은 우리의 아들들이자 꽃다운 청춘들이었다.

이번 8월 한 달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남북 간 준전시상태였다.

휴전선 우리 측 DMZ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로 우리 병사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고, 우리 군은 응징차원에서 대북심리전의 도구인 대북확성기방송을 재개했다.

대북방송을 두려워 한 김정은의 지시로 북한군이 포격도발을 감행했고, 우리 군도 이에 질세라 대전차포 29발을 북측 DMZ에 퍼부었다.

북한은 확성기방송을 48시간 내에 중단하지 않으면 전 방송시설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하며 최전선에 포병을 2배로 증강 배치하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판문점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고, 사흘간 마라톤협상이 진행되었다.

협상기간 중에도 북한은 잠수함 50척과 공기부양정까지 띄우며 극도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휴전선 최전방 병사들은 그야말로 초긴장상태로 복무해야 했다.

이처럼 목숨이 촌각에 달려있는데도 제대특명을 반납하고 동료병사와 함께 의연하게 초소를 지킨 육군병장들이 있어 국민들은 감동했고, 우리 협상단은 힘을 받았다.

SNS에서는 군복과 군화를 꺼내놓고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 적과 싸우겠다는 젊은 예비군들이 줄을 이었다.

신병입소율도 오히려 평소보다 15% 이상 높아 당국을 놀라게 했다. 이게 바로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참모습이며 애국심의 현주소다.

북한은 저들이 무력도발하면 남쪽 주민들은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징집대상 청년들은 숨거나 외국으로 도망가고, 부대를 탈영하는 현역군인들이 늘어나고, 남남갈등이 일어나 남한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거라 기대한다.

천만에 말씀이다. 그런 오판을 하면 북이 괴멸된다는 것을 우리의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가 똑똑히 보여주었다.

그렇다.

우리의 젊은이들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그런 응석받이가 아니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게임만 하는 생각 없는 철부지가 아니었다.

부모님 호주머니를 털어 연애하고 먹고 놀고 멋 부리고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일자리가 부족해 대학을 졸업해도 진로가 불투명해 고민도 많은 세대들.

선거 때면 투표도 하지 않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쓴 소리만 하던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지켜야 할 조국이 있었고, 뜨거운 애국심도 있었다.

그런 그들이 ‘불후의 명곡에서’ 전설을 능가하고, 올림픽 무대에서 금빛메달을 주렁주렁 따고, K팝과 한류로 세계를 뒤흔드는 거다.

자녀를 한두 명밖에 두지 않아 모두들 금쪽같이 자란 요즘 젊은이들.

그래서 기성세대들은 자기 밖에 모르고, 버릇이 없다고들 걱정을 하지만, 대부분 구김 없이 자라서 창의력도 많고, 책임감도 강하고, 발전 잠재력도 무한하다.

그런 그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국가와 지역사회는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청춘은 언제나 아름답다.

사랑한다. 고맙다. 젊은 청춘들이여.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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