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야구장 의혹 누가 풀거냐
천안야구장 의혹 누가 풀거냐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08.25 19:3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천안야구장이 천안시 뒷덜미를 잡고 있다. 

조금 잠잠해졌지만 540억원 땅값 보상 의혹은 언제든 또 터질 수 있는 화약고다. 또 현재의 ‘맨땅 야구장’은 그대로 놔두면 언제든 TV 화면에 계속 뜰 골칫덩어리다. 어떡해야 할까.

보상 의혹은 반드시 풀어야 한다. 의혹 실체에 접근하려면 검찰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검찰을 떠밀어서라도 본격 조사를 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 혹은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어야 한다. 여러 언론(본보 2014년 9월 24일, 2015년 7월 29일 6면 등)에서 그 사실을 강조했지만 아직 감감하다.

천안 검찰은 몇 개월 전 천안야구장을 내사했던 걸로 알고 있다. ‘퍼주기’ 보상 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없어 수사에 못 들어가고 내사로 끝났다. 고발 없이 인지 수사에 들어가 관련인사들을 소환했다가 기소할 만한 범법 사실을 못 찾으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천안시의회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고발이 우선돼야 한다. 감정원, 국토교통부만 잡고 감정평가 적정성 여부를 따져 뭐하겠다는 얘기냐. 

천안야구장을 짓기로 한 땅 바로 옆 자연녹지가 2008년 하루아침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바뀐 사연을 캐야 한다. 그 때문에 야구장 땅값이 2~3배 뛴 것이다. 감정평가사들은 인근 용도 변경을 근거로 높은 감정가를 매긴 것이다. 도시기본계획 변경 과정을 따져야 한다. 고층 아파트단지 중간에 야구장을 집어넣는 게 ‘2020년 천안도시기본계획’이냐. 

그 다음으로 땅값이 턱없이 치솟으면 대체부지를 구하러 나서지 왜 수백억원 혈세 처박을 곳을 고집했는지 알고 싶다. 아파트 지을 수 있는 땅에 평당 130만~200만원씩 주고 꼭 야구장을 지어야 했느냐. 

이런 상황에서 괜히 시민 눈치 보는 사람들이 있다. 천안 야구동호인들이다. 수백억원 혈세 보상 ‘유발자’로 비칠 수 있어서다. 

“언제 아파트 부지 옆에 초고가 야구장을 지어달라고 했나? 모두 차량 타고 야구하러 오는데 조금 멀어도 싼 땅 찾아 지어 줄 것이지.” 비만 오면 질척거리고, 잔디가 없어 먼지 풀풀 날리고, 컨테이너 편의시설 뿐인 야구장이어도 요즘 분위기 때문에 불평 없이 쓰고 있다.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야구장 때문에 천안시민들도 우울하다. 그렇다고 시민단체 쪽을 보면 더 답답하다. 지난달 29일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논평을 통해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이 한달 가까이 미동도 않는데 시민단체들도 똑같이 아무 움직임이 없다. 당시 논평처럼 “사업 추진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연일 불거지고 있는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해 철저히 규명”하려면 고발 밖에 방법이 없다. 설마 용감한 시민이 나와 시민단체와 시의회의 일(고발)을 대신 해주길 기다리는 것인가.

시청 관계부서는 좌불안석이다. 야구장 이용 환경을 개선하려고 우선 올해 예산 5억4000만원을 편성해 배수시설을 완비하려 했는데 ‘일’이 터진 것이다.

배수시설만 개선해서 될 상황이 아니다. 집행이 보류됐다. 전 국민이 알게 된 ‘540억원 땅 위 엉터리 야구장’에 섣불리 손을 댔다가 또 전국적 관심을 부를 위험이 있다. 제대로 된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물빠짐 시설하고, 잔디도 깔고, 편의시설을 보강하는 수준이냐, 아예 돈을 더 쏟아 프로야구 경기도 가능한 야구장으로 변신시키느냐. 시는 일단 비리의혹 조사 가닥이 잡히면 시민의견 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어쨌든 천안시 전체가 전임 시장이 던져 놓은 덫에 걸린 형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일실 2015-08-26 16:46:43
이렇게 기사를 쓰기도 하는군요...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