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 휴전 62년
분단 70년, 휴전 62년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8.24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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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밤을 거의 뜬눈으로 지새웠다.

일촉즉발의 군사대치 속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접촉결과를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이번 접촉이 북측의 제의로 성사되었고, 대한민국이란 국호까지 써가며 나름 예도 갖추었거니와 통일정책을 다루는 홍용표 통일부장관과 김양건 조선노동당 비서는 물론 남과 북의 실질적인 군부 2인자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2로 참여해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남북의 상생공영을 염원하던 선량한 국민들은 판문점 평화의집 협상테이블에서 낭보가 날아들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당연히 지난 8월 4일 발생한 DMZ 목함지뢰 도발과 20일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고 이산가족상봉까지 성사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았다.

북측은 이를 인정하고 사죄하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덤으로 받을 터인데,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뺌하며 우리 군의 대북확성기방송 중단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북측은 이번 협상카드를 다분히 그들의 체제안정과 내부결속 다지기로 활용했다. 북한은 이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경제를 볼모로 끊임없이 도발하고 협박하는 전술을 구사했고, 우리는 그동안 확전과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연신 얻어맞고도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며 사탕발림을 해왔다.

그게 바로 분단 70년, 휴전 62년의 대한민국의 얼룩진 자화상이다.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분단국가. 1950년 6월 25일 기습남침한 북한과 1953년 7월 27일 UN의 휴전협정으로 62년째 휴전상태로 있다.

북한은 그동안 3대가 선군정치를 세습하며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잠수함을 비롯한 비대칭전력을 증강시켜 왔다.

반면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해 북한보다 20배가 넘는 경제력을 가진 세계12대 경제대국이 되었으나, 수비위주의 국방정책을 펼쳐 군사력은 북한군을 크게 압도하지 못했다. 

미국의 핵우산을 믿고 경제에 치중한 탓이니 크게 원망할 수도 없다. 형은 어린 동생이 덤비면 못이긴 척 맞아주기도 한다. 맞아도 크게 아프지 안커니와 철들면 괜찮겠지 하는 믿음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인구나 경제력이나 체제의 성숙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해 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호시탐탐 대량 살상무기로 도발하고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버릇없는 북한을 동생이라 하여 마냥 용서하고 다독거릴 수는 없다. 다혈질에 돈키호테 같은 젊은 김정은이 체제수호를 위해 어떤 불장난을 할지 모르니 힘의 우위를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요 며칠 북한의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다.

남북고위급 협상 중에도 남조선에서는 주민들이 전쟁공포로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예비군들이 훈련받다가 집으로 도망가고, 해외로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 비행기 표를 10배를 더 주어도 구하기 어렵다는 등 거짓 뉴스를 날조해 퍼뜨리고 있다. 

대명천지에 저런 거짓말로 주민들을 현혹하는 황당하고 염치없는 나라가 북한이다. 

합창단원이 쓰면 딱히 좋을 층층계단에 서서 김정은을 향해 기계처럼 일사분란하게 미친 듯이 손바닥을 쳐 대는 가엾은 주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민다. 그들에게 자유를 찾아주어야 하는데, 언어도 세시풍습도 삶의 방식도 70년의 세월만큼이나 달라져있으니 걱정이 크다. 

휴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과 같다.

어느 한쪽이 휴전협정을 위반하면 곧 바로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분단 70년, 휴전 62년의 간극은 이처럼 참으로 넓고 깊다. 전쟁을 막고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군사력도 경제력만큼 차이가 나야 한다.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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