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일기
목수일기
  •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 승인 2015.08.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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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 김주희 <청주 수곡중학교 사서교사>

‘상상력’을 주제로 실시된 여름 방학 교사 연수에서 ‘목수일기’의 저자 김진송님을 처음 뵈었다. 이 책은 2001년에 출간됐으나, 사실 나에게는 생소한 책이었다. 저자의 강연을 통해 그동안 개념 정립이 안 되어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상력’의 의미가 명쾌하게 다가왔다. 저자의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굳은 결심이 생겼다. 저자의 책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목수일기,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등 목수 일에 관해 담담히 풀어낸 책뿐만 아니라, 근현대 미술사를 전문적으로 분석한 책에 이르기까지. 재능과 재주를 겸비한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여러 책 중에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목수일기’를 먼저 집어들었다.
이 책은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던 저자가 뒤늦게 목수 일을 하면서 겪은 소소한 일상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목수일기’는 매우 유쾌하다.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다. 저자가 책에서 풀어내는 재치와 입담에 책을 읽는 도중 몇 번이나 폭소를 터트렸다. 영이 깃든 나무라고 여겨져 마을 사람들이 손도 못 대는 은행나무 토막을 얻어다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잠자는 여우’ 의자를 만들고, 나무에 손을 댈 때에는 은근히 가슴이 떨리고 경건해진다는 장면에서는 미소가 번진다.
방죽에 있는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한나절 허탕을 친 후 약이 바짝 올라, 결국 방죽의 물을 다 빼내어 방죽 붕어를 죄다 잡아 버린 것을 미꾸라지 탓이라 돌린 후 ‘미꾸라지와 물웅덩이 의자’, 이름만 들어도 눈이 번쩍 뜨이는 ‘게으름뱅이를 위한 텔레비전 시청용 두개골 받침대’도 아주 재미있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에 소개된 움직이는 목공 작품들은 책 한 권의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만큼 상상력을 자극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꿈꾸는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전원이라는 공간을 자연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자연의 순환에 이뤄지는 생산물과 조건들이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이로운 공간이라 정의한다면 우리나라에 ‘전원’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저자 자신도 전원생활이라 일컬어지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도시적 삶의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어떤 원칙과 질서와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현재의 농촌은 개발이 덜된 곳일 뿐이며, 전원은 사람들의 이상 속에 존재하는 허구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 교육이 더는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양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에 기초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국가 차원에서 인문 고전 독서교육에 힘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런 독서 정책과 관련된 학교 단위의 연구를 진행할 때 항상 무엇인가 개운하지 못했다. 독서를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운다는 것을 전제로 연구의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독서를 하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을까? 상상력이 무엇인데? 그 상상력으로 이익을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소비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인문 고전을 읽는 목적이라고?
김진송 목수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시각과 동일하지 않은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열린 태도가 상상력을 작동시킬 수 있다. 그것은 나의 시점을 벗어나는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럴수록 내가 지닌 모든 인식의 한계가 극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게 한다. 상상의 세계란 타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때 열리는 세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창의성은 더 많은 소비재를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며, 타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또 당연하다고 전제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독서와 그 맥락이 닿아있다는 결론을 얻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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