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통시장 개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옛 전통시장 개발 다시 논의해야 한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5.08.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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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이형모 부장(진천 주재)

지난 20일 진천군 진천읍 읍내리의 옛 전통시장.

폐허가 된 상가건물이 흉물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가 주변에는 쓰레기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한쪽에는 주변 주민들이 갖다 버린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도 쌓여 있었다. 한때 상인들과 고객들로 넘쳐나던 옛 전통시장의 현재 모습이다.

지난달 13일 옛 전통시장 터에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할 뜻을 밝혔던 민간 컨소시엄이 사업포기서를 진천군에 제출했다. 진천군은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계획이 무산된 뒤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업지역의 1만4900여㎡의 비싼 땅을 방치해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 번 떠나간 기회가 다시 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왜 이 상황까지 왔을까.

먼저 군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개발에 반대한 한 주민은 “개발계획 수립 용역때 주상복합건물은 개발 모델에서 4순위 였다”고 했다. 공동주택과 편의시설 등 1위, 2위 순위의 개발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진 과정도 문제다. 군이 개발 계획서 공모를 낸 것이 지난 5월 13일이다. 이장들에게 개발 계획을 알린 것이 7월 10일이다. 공청회도 없이 개발 계획을 수립해 놓고 주민들에게 통보한 꼴이 됐다. 당연히 이해 당사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 이유다.

주민들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찬반으로 나뉘어 이전투구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가령 한쪽에서는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고 일조권 침해와 교통사고 위험, 위화감, 지역 상권 붕괴 등이 우려된다”며 반대 논리를 폈다.

다른쪽에서는 “기존 전통시장 주변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 활성화와 땅값 상승의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대안으로 공원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군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는 제안이다. 땅값이 비싸 공원을 조성하기에 아깝고 새로 전통시장을 지으면서 들어간 막대한 군비를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난맥상을 보이면서,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신축 계획은 물건너갔다. 사실 이 터는 땅값이 비싸 일부 건설사들이 사업을 포기했던 곳이다. 그나마 한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간신히 사업에 불씨를 살렸던 것이다.

도심의 흉물로 전락하면서 개발을 하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다시 건설사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더 이상 방치해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번의 실패를 교훈삼아 개발 방식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도심의 흉물이 되지 않도록 모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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