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가서 행복 찾기
지옥에 가서 행복 찾기
  •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 승인 2015.08.19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자의 목소리
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지옥중생이 한명도 남지 않는 마지막 날까지 지옥에 있겠다고 서원한 지장보살처럼 우리도 지옥에 가야 지옥을 없앨 수 있다는 법륜스님의 행복론이 대세다. 그는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구호를 외치는 분들에게 반발하지 말고 “지옥에 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지옥행을 자처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의 멘토가 되어 봉사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법륜 스님이 지옥행을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많아서 도움이 필요해 보람 있는 일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불교 대종사님은 중생과 불보살의 삶이 서로 다르고 결과 또한 크게 다름을 지적하셨다. 말씀하시기를 “중생은 영리하게 제 일만 하는 것 같으나 결국 자신이 해를 보고 불보살은 어리석게 남의 일만 해주는 것 같으나 결국 자기의 이익이 되나니라.” (대종경 요훈품 21장)

사람은 누구나 복 받기를 원하고 죄 받기를 싫어한다. 또한 낙()을 받기는 좋아하고 고(苦) 받기는 싫어한다. 그러나 복락과 죄고의 원인이 무엇이며 행복은 어디서 오는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문말씀에 “공사(公事)도 사심(私心)으로 하면 사사(私事)가 되고 공심(公心)으로 하면 사사도 공사가 된다.”고 하셨다. 영리하게 제 일만 하는 중생의 삶은 결국 해를 입게 되고 어리석게 남의 일만 해주는 불보살의 삶은 결국 세상을 건지는 제중의 보람으로 남는다.

지옥과 극락이 따로 없다. 대종사님께서 죄복을 초월한 자리가 곧 극락이라고 하셨다.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죄복과 고락을 초월한 자리에 그쳐 있으면 그 자리가 곧 극락이요, 죄복과 극락에 사로잡혀 있으면 그 자리가 곧 지옥이니라.”(대종경 변의품 10장)

부처님을 믿어야 극락에 가고 예수님을 믿어야 천당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묶여 있으면 지옥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법륜스님은 “나만 천당에 가고 극락에 가려는 이기적 행복추구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면서 “덕만 보려는 중생의 삶에서 덕을 베푸는 보살의 삶으로 바뀔 때 삶의 보람과 자긍심이 생기고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중생과 보살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기적인 삶과 이타적 삶을 사는 모습이 서로 다를 뿐이다. 남의 덕만 보려는 사람은 중생의 삶이며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살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요즘 평균수명이 늘면서 퇴임하신 교무님 가운데 수도원에 머물지 아니하고 교화현장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큰 교당은 후진들에게 물려주고 작고 어렵고 힘든 교당을 맡아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계신다.

성직자로서 봉사의 삶은 살아서는 물론, 명을 마친 후 지옥이라 할지라도 성불제중의 서원은 계속되어야 한다. 종교에 따라 사는 모습은 서로 달라도 죽어서 지옥에 가서 봉사하겠다는 성직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