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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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5.08.1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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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수필가>

나는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지금은 외동이 많지만 내가 어렸을 적엔 집집이 형제·자매들이 많았다. 6,25의 피해로 살림이 어려워져 끼니를 걱정하던 때라 형제·자매가 많은 친구는 나를 부러워했지만 나는 그 친구들이 부러웠다.

어머니는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살림에도 자식이라곤 오직 하나뿐인 나에게 정성과 사랑을 쏟았고, 크게 꾸중을 하시거나 매를 든 적이 없다. 나는 형제가 없다 보니 조용한 아이로 말썽 없이 자랐고 친구들과도 크게 싸운 적이 없다.

5남매의 장남인 남편과 결혼 후 대가족이 함께 살았는데 고등학생 시누이와 중학생 시동생이 가끔 말다툼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남매끼리 싸우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더니 형제가 많으면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하여 형제간에도 싸우며 큰다는 것을 실감하고 그 후로는 그들의 토닥거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삼 형제를 낳아 기르다 보니 사소한 일에도 다툼이 일어나고, 언제 싸웠느냐는 듯이 금방 화해하며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성장 과정으로 여겨졌다.

가끔 혼을 내면서도 형제 없이 외롭게 컸던 내 어릴 적을 생각하면서 함께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흐뭇하고 대견스럽기만 했다.

가끔 집안 행사가 있을 때 어느새 쉰을 넘어 새치가 하얀 시누이와 시동생에게 농담처럼 옛날에 둘이 왜 그렇게 토닥거리며 싸웠느냐고 하면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이렇듯 어린 시절 형제간의 작은 다툼은 이해타산을 떠난 사랑이었음을 추억으로 간직하며 작은 행복을 안겨준다.

형제는 부모로 인해 맺어진 피를 나눈 끊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이다. 계산된 금전이나 이해관계로 토라져 대화를 거절하고 왕래가 단절된다 해서 형제의 관계까지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재벌가의 다툼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은 그들이 피를 나눈 형제이기 때문이다.

그들 형제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나 매스컴을 통해 재산으로 인한 부모, 자식, 형제간의 치열한 싸움을 볼 때마다 서글픈 생각이 든다.

돈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여 그 가치를 무시해버릴 수는 없지만 혈연 간에 사투를 벌일 만큼 귀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가장 공평하게 나누어준 것은 죽음이다.

그 귀하다는 돈도 인간의 죽음은 막을 수 없기에 돈을 많이 쥐었던 부호들도 언젠가는 놓고 떠나야 한다.

거머쥐었던 많은 재산을 자손들에게 물려주어 부귀영화를 누리게 하고픈 부모 사랑이 오히려 자식들 간에 불씨를 당겨 화를 불러오는 사례를 볼 때마다 돈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광복 70년을 맞아 눈부신 발전을 한 우리나라는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3만불의 국민소득을 눈앞에 둔 지금, 한편에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아르바이트에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많은 사람이 있는 가운데 굴지의 재벌들이 재산 때문에 우애를 외면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형제의 다툼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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