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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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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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쇠귀에 경읽기
남 성 수 <논설위원>

"혼자서는 백날 외쳐도 '쇠귀에 경읽기'인 교육개혁을 전교조와 같은 교원단체를 결성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가입했다가 이 땅의 수많은 교사들이 구속 수배를 당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7차 교육과정 이후 두 서너 명을 붙들고 시험문제를 풀이해 주는 게 학교다. 수업 중 자고 있는 학생을 깨우면 교사를 째려보는 눈길이 무섭다는 교사들, 입시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육현실과 무너진 교실을 두고 떠나는 교사는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교원평가 받으면 교단이 황폐해진다며 공청회장에서 구호 몇 번 외쳤다가 구속당한 교사가 있는데, 아직도 해직됐던 교사들이 호봉 뿐 아니라 이렇다할 보상도 허용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선배로서 훈장을 받고 떠나겠나."

35년 7개월의 교단생활을 떠나는 경남 마산 합포고등학교 김용택 교사가 '옥조근정훈장 포기서를 제출하고'라는 글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사실 퇴직 교원에게 수여하는 훈장은 대개 근무연수에 따라 누구라도 받을 수 있는 상이다. 그러나 김 교사의 이러한 훈장포기는 정부가 국가의 법률에 따라 수여하는 '칭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넘은 거부요, 자기 성찰이라고 보여진다.

최근 저출산에 따른 초등교원 임용감축에 반발하는 교육대학 학생들의 수업거부 사태는 이 나라 교육정책의 유아적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령교사 1명을 내보내고 젊은 교사 3명을 채용할 수 있다"면서 시행한 98년 교원 정년 단축으로 2만명의 교사가 한꺼번에 교단을 떠나자, 부족한 교원을 해소한다며 교대 편입학생을 5~10% 확대하고, 신입생도 10% 증원했었다. 출산율이 떨어져 취학학생이 감소하고 있다는 교육계의 우려와 반대, 교육재정 확충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던 교육부는 지금에 와서 '산수도 못하는 집단'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갈팡질팡 하고 있다. 교육부 장관의 평균 재직 기간이 1년도 못되는 8개월짜리라도 국민과 교원단체의 비판을 들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불쌍한 것은 우리 청소년들이다. 그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떨고 있다. 학력이 아니라 '명품'과도 같은 학벌과 연고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 공교육을 살린답시고 2008학년도부터 내신을 상대평가해 놓으니 열두 번을 보는 고교시험은 친구와 급우를 경쟁 상대를 넘어 적으로 만들어 놓고, 경쟁의 폐해를 줄인다며 졸속 시행한 수능과 내신의 등급제 때문에 이것이 불만인 대학은 정확한 우열을 가리기 위해 본고사와 같은 논술을 확대하고 있다. '내신'과 '수능'과 '논술', 현재 고2에 해당하는 이른바 '저주받은 89년생들이 겪고 있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고 3 교실에 학생은 없다. 이렇게 무너져 가는 공교육 속에서 교육부는 느닷없이 교원평가를 법제화를 들고 나섰다.

과연 교사들을 몰아대어 점수 올리는 경쟁을 시켜 놓으면 공교육이 정상화 되겠는가. 내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의 질을 높여보자는 순수한 학부모들의 정서에 기대어 이제 교단마저 황폐화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일본도 교원평가를 실시해 쫓겨난 교사들은 군국주의 부활을 반대한 교사들 뿐이었다. 지금도 교육부는 교사들의 근무평정으로 인사이동 및 승진에 사용하면서 새로운 교원평가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명하다.

정책의 실패를 힘없는 교사들에게 들씌우는 마녀사냥은 오래 가지 않는다. 국민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내 자식 점수를 위한 이기주의가 아니라, 학벌 없는 사회이다. 모든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고 오직 일류 '명품', 명문을 향해 몰아대는 구조 속에서 어차피 대다수의 우리 아이들은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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