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령의 대일발언과 극일
박근령의 대일발언과 극일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8.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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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나흘 후면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정부가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할 정도로 이번 광복절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이러한 때에 일본에서 행한 박근령의 발언이 한·일 양국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뜻과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이른바 그녀의 소신발언으로 일본은 쾌재를 불렀고, 한국은 망연자실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일 양국 외교에 긍정적 효과를 낼 거라며 자기합리화 했고, 마치 대통령의 의중을 대신한듯한 뉘앙스를 풍겨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녀는 일본수교를 이끈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자, 박근혜 현직 대통령의 동생이다.

누가 봐도 그녀는 저잣거리의 아낙이 아니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뉴스나 가십이 될 수 있고, 자칫하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런 그가 일본인들이 보는 방송매체에서 일본 수상이 바뀔 때마다 사죄하라고 조르는 대한민국의 행태가 창피하다고 했다.

일본정부가 독일정부처럼 진정성 있는 일관된 반성을 하는 데도 그랬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아베정권은 군국주의를 노골화 하면서 독도를 자국영토로 명기하고, 위안부 문제에 사죄는커녕 역사를 왜곡하는 교과서를 편찬해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줄기차게 이의 시정을 촉구해 왔다.

잘못된 것을 고치라고 요구하는 것이 창피한 게 아니라, 잘못된 것을 알고도 바로 잡지 못하는 게 창피한 일이며 역사와 후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김재규의 후손들이 그의 묘소참배를 한다고 저지할 수 없듯이, 일본인들의 신사참배도 막을 수 없다고도 했다.

김재규 묘소를 참배하는 후손들은 또 다른 시해를 모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사참배를 하는 일본 각료들과 극우 정치인들은 전범들의 위패 앞에서 반성은커녕 선조들의 침략행위를 정당화하고, 은연중에 일본의 영광재현과 군국주의 부활을 획책하고 부추길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중국도 반대하는 것이다.

또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부르며 극진한 예를 표했다.

이 또한 외교사절도 아니고 공식 의전행사에 참석한 것도 아닌 그가 대담방송 중에 그런 호칭을 해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

일본인들이 한국정서를 오판하거나, 일본 극우세력들이 그녀의 발언들을 악용할 소지가 있으니 청와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아무튼 올해는 일본과 국교수립 5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세계경제 질서 속에서 동반성장을 해왔다.

일본은 한국에 상품과 기술을 수출해 초일류 경제대국의 기초를 쌓았고, 한국은 그런 일본을 벤치마킹하며 고도성장해 세계 12대 경제대국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광복 70년은 극일의 역사였다.

축구도 권투도 일본한테는 반드시 이겨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진정한 극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서 일본과 대등해지거나 일본을 능가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을 따라잡은 분야가 많아졌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일본식민잔재와, 일재사관과 일재선호의식 등 청산할 게 많다.

박근령 쇼크 또한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의 단면이다.

일본은 친하게 지내야 할 가까운 이웃사촌임이 분명하지만, 우리의 국력이 허약하거나 그들의 군사력이 강성할 때마다 한반도를 침탈해온 고약한 DNA를 가지고 있다.

용서는 하되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광복절엔 우리 모두 엄혹했던 식민시절 오로지 조국독립을 위해 부모 형제와 처자식도 내팽개치고 목숨까지 바친 애국선열들을 묵상하자.

기필코 극일하여 선조들에게 진 빚을 갚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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