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우 본부장! 이런 식으로 물러나는 게 아니다
전명우 본부장! 이런 식으로 물러나는 게 아니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8.0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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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타임즈 시사펀치

전명우 청주시상수도사업본부장의 전격 사퇴를 놓고 논란이 크다. 말도 안 되는 단수사고에 대한 실무 부서장으로서 그 책임을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그 방식과 시기가 ‘이건 아니라는 것’ 때문이다.

단수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청주시가 전문가들로 단수사고원인조사위원회를 구성, 원인규명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일단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결정적인 단서는 사고 당시의 현장 관계자들이 쥐고 있다.

어떠한 사고가 나든 통상 이에 대한 처리와 대처 수순은 일단 사고의 1차적 관계자들이 수습을 마무리한 다음에 그 책임소재를 가려 이에 상응한 인사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 본부장의 사퇴는 원인규명은 물론이고 사후 대응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확인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의 키-맨(key man)이 자리를 내던진 꼴이 됐다.

물론 전명우 본부장이 비록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원인규명과 후속조치를 위해서는 소신을 갖고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시 공사의 최고 책임자였던 만큼 앞으로 하나부터 열까지를 사고원인조사위와 일일이 확인, 소통하며 가장 실체적인 진실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말 그대로 황당한 사고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30여년을 공직자로 봉직한 전 본부장을 그런 식으로 내친다면 여론은 물론이고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도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는 것이다. 당장 같은 신분의 공직자들한테 박탈감과 상실감을 안길 수 있다. 이미 시중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시의 출구전략이 자칫 역풍을 맞는다는 것이다. 악화된 시민여론을 무마하고 의무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식이라면 되레 수뇌부의 책임전가 내지 책임회피라는 비난을 사게 된다. 엄밀히 말해 이번 사고는 실무책임보다는 오히려 상황이 벌어진 이후의 지휘책임이 더 크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공직과 공인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도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역할을 다한 후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전 본부장의 이번 사퇴는 결코 명예롭지 못하다. 만에 하나라도 그의 사퇴가 현재 시중에서 나도는 것처럼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면 더 큰 불명예로 남을지도 모른다.

많은 시민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수도관 파열사고가 났고 또 사후 대처가 너무 형편없었다는 점에서 과연 그날 공사가 기준과 원칙에 따라 진행된 것인지, 혹은 현장의 근로자가 제대로 된 자격을 갖췄는지, 이것도 아니면 그동안 상수도사업의 각종 비리사건에서 통상 불거졌던 다른 문제(?)는 없는 것인지 이래저래 궁금할 따름이다.

어쨌든 책임자에 대한 문책인사 보다는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과 그에 따른 사후조치, 그리고 시민피해에 대한 성의있는 대처가 우선이다. 이것들이 해결되고 나서 전명우 본부장이 물러나야 고위 공직자로서의 진정한 자세일 것이다.

지난 세월호 참사 때 그나마 국민들을 위로한 것은 이발과 면도도 못한 채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다 쏟으려했던 이주영 당시 해수부장관의 공직상(像)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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