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한다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한다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8.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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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그 마흔 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26장 양보지 화상(梁寶誌 和尙)의 대승찬송(大乘讚頌) 십 수(十首) 중 그 한수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를 참조했음을 밝힌다.

너희 중생에게 바로 말을 전하노니/ 있는 것 아닌 것이 바로 없는 것이 아니다

있음 아닌 것과 없음 아닌 것이 둘이 아니니/ 어찌 있는 것에만 관해서 허망하다고 논하랴?

있고 없음을 허망한 마음으로 내세운 것이니/ 하나가 없어짐에 하나까지도 있을 수 없다./ 두 가지 명칭이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그 생각 없어지면 곧 본래의 진여이네.

만약 감정으로 부처를 찾으려고 하면/ 산위에 그물쳐 물고기를 잡으려함과 같나니

한갓 수고할 뿐 이익이 없으니/ 얼마나 그릇되게 공부를 낭비했는가?

마음이 곧 부처인 줄 알지 못하면/ 마치 당나귀를 타고 당나귀 찾는 것 같다.

일체를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아니하여/ 이러한 번뇌를 모름지기 제거하라.

번뇌를 제거함에 곧 몸을 제거함이요/ 몸을 제거하면 부처도 원인도 없음이라.

부처도 없고 원인을 얻음도 없으면/ 저절로 법도 없고 사람도 없음이네.

非有(비유)는 空이고 非無(비무)는 色이라고 한단다. 비유와 비무가 둘이 아니라는 말은 색즉시공과 같은 말이란다. 있는 것이 아닌 것은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아닌 것은 있는 것이겠다. 있다, 없다고 하는 것은 중생들의 분별심으로 관념의 차별로 된 것이니 있는 것이 바로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바로 있는 것이라는 것이겠다.

하나가 없어짐에 하나까지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된 것은 하나가 없어지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有가 없어지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有가 없어지면 無도 존재할 수가 없고 무가 없어지면 有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녀가 두 사람이 어울려서 부부가 되고 가정을 이루었는데 부부 중의 한 사람이 없어지면 부부라는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와 같이 有無의 상대적인 법은 하나가 없어지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좋고 나쁜 것이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 없어지면 나쁜 것도 없는 것이다. 나쁜 것이 없어지면 좋은 것도 없는 것이고 賣買(매매)가 성립되려면 매수인과 매도인이 병존해야 된다. 매수인이 없어도 안 되고 매도인이 없어도 매매가 되지 않는다. 그와 같이 하나가 없어지면 그 하나까지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허망한 분별망상만 뚝 끊어져버리면 그 자리가 바로 진여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分別 情識(분별정식)을 가지고 부처를 찾으려고 한다면 그것은 안 된다는 것이겠다.

맹자는 ‘되지 않는다.’는 말을 ‘緣木求魚(연목구어)’ 즉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한다. 라고 했다. 물고기를 물속에서 구해야 되는데 산에 가서 물고기를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산 위에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말이겠다. 이는 또한 중생의 마음을 떠나서 부처가 따로 있는 것으로 잘못 말한다면 그야말로 안 되는 일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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