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이 서야 할 자리를 고민하며
평화의 소녀상이 서야 할 자리를 고민하며
  • 김태종 목사 <시민추진위원회 공동대표>
  • 승인 2015.08.0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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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 김태종 목사 <시민추진위원회 공동대표>

지금 청주는 백여 년 전에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여론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아직도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이 일제로부터 놓여난지 일흔해를 맞이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끄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여기에 안타까운 현실이 하나 더 겹쳐지고 있습니다.

반성도 사과도 없는 일본을 탓하거나 나무라는 일도 필요하긴 하지만 이 문제는 먼저 우리들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전국적으로, 아니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운동으로 펼쳐지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과 ‘기림비’를 세우는 일이 낯설지 않게 된 이 즈음입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이 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세 단위의 조직이 있었고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청주시가 장소에 대한 결정을 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 장소로 시가 제시한 곳이 청소년광장이었고 그래서 청소년광장이 있는 중앙동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충북평화의소녀상·기림비시민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뜻과 같다면서 적극적으로 수용의 의사를 밝혔는데 뜻밖의 복병이 생겼습니다. 청소년광장과 관계가 있는 청소년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겁니다.

안타까운 노릇이지만 추진위의 입장에서 볼 때 청소년광장에 이 상징물이 세워진다는 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뜻밖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오히려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할 일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공문으로 형식을 갖춘 문건은 긍정적인 측면은 ‘없음’, 부정적인 측면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 청소년의 즐길 권리 향유(추도하는 공간 아님), 타 시·도에 비해 청소년 공간 면적 현저히 부족, 축제의 공간 끼 발산 공간이므로 역사적 아픈 교육의 공간이 아님 등의 이유인데 논리가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그렇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공문을 작성한 청소년단체의 인식은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모습의 극치입니다. 

가만히 문맥을 뜯어보면 청소년단체가 오히려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측면도 보이고, 놀이와 교육을 별개로 보고 있는 면도 보이며, 결국 청소년을 몰역사적인 존재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내용임은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공문을 접수한 청주시 인재양성과가 청소년광장에 추진위의 상징물을 세우는 것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했고 결국 시장께서도 이를 근거로 결재를 해 주었다는 뒷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청소년의 놀이공간이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청소년이 역사적인 존재이고, 놀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청소년이 건강한 생활인으로 자라는 데 역할을 한다는 취지에서 청소년광장이 조성되었다고 보면 평화의 소녀상과 기림비가 한 부분에 세워진다는 것은 오히려 청소년광장의 의미와 위상을 한 차원 높이는 일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이미 거부의 의사가 밝혀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청주시와 청소년단체가 다시 한 번 성찰의 과정을 거쳐 보다 바람직한 결정을 내린다면 두고두고 이 일이 지역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승화될 것입니다. 

안타까움과 함께 모두의 슬기를 모아 이 문제가 아름다운 결론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날마다 좋은 날!!! / - 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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