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지수 <옥천삼양초 사서교사>
  • 승인 2015.08.0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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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지난 몇 주간은, 떠올리면 절로 가슴이 먹먹해졌던 사람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슬픔이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경외심, 존경,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느낀 오롯이 한 사람 삶 전체에 대한 안쓰러움이었다.

살아생전 거의 일평생을 병마와 싸우면서도 힘없고 약하고 가여운 사람과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종래에는 사람에 대한 진실을 전하고자 했던 故 권정생 선생님. 인간은 결국 배고프고, 춥고, 질병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최악의 고통 속에서만 진실될 수 있다는 선생은 스스로 그런 삶 속에 머물다 떠나셨다. 지금은 우리 곁에 없지만 그가 병으로 인한 말할 수 없는 괴로움과 숱한 외로움 그리고 슬픔을 딛고 써내려간 1000여 편의 작품과 46권의 책들은 아직도 권정생 선생이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선생이 남긴 숱한 작품들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는 도서가 지난 5월 양철북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도서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이오덕·권정생 글, 양철북)는 공동저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 사이에 오간 1973년~2002년까지의 편지글 모음이다. 일부러 지어낸 여타의 다른 소설류와 같은 책들이 아니기에,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정말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읽었다. 잠깐 딴생각을 했다 싶으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다시 찬찬히 편지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편지글 곳곳에는 선생님의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여러 출판사를 찾아다니며 숨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이오덕 선생의 애씀과, 가난과 병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 때마다 그에게 의지하고 다시 살아낼 힘을 받았던 권정생 선생의 모습이 솔직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나아가 70년대 당시의 아동문학의 흐름과 향후 노력과 권정생, 이오덕 선생의 생각도 잘 나타나 있어 아동문학을 궁금해하던 나에겐 또 다른 읽을거리를 가득 제공해주었다. 다시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작가들은 언뜻 생각나는 이름들만 이현주, 이원수, 송재찬, 이철수, 권오삼, 오가와 미메이…. 등이다. 그리고 ‘우리 글 바로쓰기’로 유명한 이오덕 선생님의 다른 저작들도 다시 읽어보고 싶다.

단순히 책만 감상하는 것보다 분명, 다시 읽을 때는 그 감상이 배가 되리라 믿는다.

편지글을 읽다 보면 단순히 아프다고 이오덕 선생에게 의지만 한 것이 아니라, 권정생 선생 스스로도 아동문학을 위해 선구자 격인 역할을 하는 이오덕 선생에게 아주 훌륭한 조력자, 협력자 혹은 동업자가 되었음도 엿볼 수 있다. 나를 알아봐 주는 이오덕 선생 덕분에 숱한 창작활동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로 이 도서의 제목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는 겉치레로 묻는 안부가 아닌,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제목이 아닐까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부터 어른이 된 무렵 동안 쓰여진 편지글들을 읽으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아닐까 싶어졌다. 그리고 그 이해라는 것은 내가 아닌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두 분의 편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생전 이오덕 선생이 이 편지글들을 모아 책으로 발간하고자 하셨는데, 권정생 선생이 본인의 진솔한 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라 망설였다고 한다. 독자로서 저자가 내놓기 싫다던 편지글처럼 사적인 내면의 비밀을 마음대로 읽는다는 것에 어느 정도 뜨끔하긴 했으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신 지금, 권정생 선생의 아동문학관과 동화집필과정에 있었던 일을 더듬어 볼 수 있다는 점은, 독자로서 그리고 팬으로서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후 되짚어 생각해본 권정생 선생은 선생 스스로 쓰신 것처럼 절대로 나약하거나, 비루한 분이 아니셨다는 것도, 그처럼 치열하게 한평생 최선을 다하며 사신 분도 없다는 것, 늦었지만 어머니 가신 그 나라에 가 계신 권정생 선생께 꼭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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