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부시장이 휴가 취소하고 사과했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시장과 부시장이 휴가 취소하고 사과했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8.0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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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눈뜨고 당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청주시민들이 꼭 이런 심정일 것이다.

예고없는 갑작스런 단수에 폭염주위보가 내려진 무려 3일간이나 고통스런 시간을 보낸 시민들은 그저 멘붕 상태다. 그야말로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 100만 광역시를 바라본다는 통합청주시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번 청주시 단수사태는 무슨 사고가 날 때마다 늘 거론되는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피해 당사자인 시민들은 청주시의 위기대응 능력이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단수 사고를 탓하는 게 아니라 사고 이후에 빚어진 청주시의 수습과정을 질타하는 것이다. 예기치 않은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그 피해는 대처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그런데 청주시는 후자와 관련해 할 말이 없게 됐다.

우선 청주시는 위험성이 큰 상수도관 연결공사를 하면서도 무(無)단수를 자신하며 시민들에 대한 사전고지를 전혀 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상식대로라면 설령 시공에 자신감이 넘쳤더라도 이런 경우엔 관련공사에 대한 사실만이라도 알려 사후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이음부 파손이라는 사고가 연이어 터진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3일 윤재길 부시장이 밝힌 내용을 보면 도수관로 변경을 위한 공사를 마치고 물 공급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수도관 이음부가 파열돼 이를 긴급 보수한 후 다시 물공급에 나서는 도중 또 이음부 파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춰 보면 관련 공사를 너무 안이하게 여긴 측면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일단 사고에 대한 대처가 주먹구구식 아니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다른 것도 아닌 시민들에겐 폭염 속의 생명수나 다름없는 수돗물을 다루는 일에 이토록 서투르게 대응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

단수사고가 난 후 이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과정은 더 더욱 무책임했다. 시는 특정 방송사를 통해 이를 알렸다고 하지만 방송 자막은 그저 평범한 어투로 단수사실만을 고지했을 뿐 어디에서도 그 심각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단수 역시 사고 때문이 아니라 무슨 정상적인 공사 중에 일어난 것처럼 포장됐다.

청주시의 무책임한 행태는 단수 가구수를 공지하는 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처음엔 1300여 가구로 집계했다가 언론 등의 항의를 받고 4, 5000여 세대로 늘려 잡는 촌극을 빚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한 두 개 동도 아니고 아파트 등 집단주거지가 밀집된 십여개 동이 피해를 당한 상황인지라 이 조차 믿으려 하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이번 사고는 이승훈 시장의 휴가 중에 일어나는 바람에 초기 대응이 일사분란하지 못한 점도 분명 있다.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 책임자 단 한명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또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면 폭염 속의 주말 우왕좌왕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원인도 모른채 시민들이 당한 피해규모를 생각하면 시청 공무원들에 대한 비상소집도 못할 일이 아니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청주시는 일단 정상적인 급수가 재개되면 정확한 원인규명과 함께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소재를 밝혀야 할 것이다. 시장이 휴가일정을 취소하고 부시장이 사과했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산불이 나거나 눈만 왔다 하면 속옷차림으로 뛰쳐나갔다던 남상우 전 시장을 떠올린 시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의 능력은 위기에서 나온다. 이 말은 곧 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리더는 진정한 리더가 아님을 시사한다.

이번 사태는 청주시와 그 책임자들에겐 분명 이러한 자세를 다시 한번 다잡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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