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폐지 확대하자
공소시효 폐지 확대하자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8.0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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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 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 법안이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포되면 공소시효로 인해 영구 미제사건이 될 뻔했던 살인사건의 범인을 끝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된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정의와 법치주의 완성을 위해, 억울한 사람들의 피맺힌 한을 풀어주기 위해, 죄를 짓고도 일정기간 숨어 지내면 된다는 나쁜 관행을 없애기 위해 공소시효는 진즉 철폐되어야 했었다.

사람을 죽였는데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단죄하지 않는 건 천륜을 거스르는 일이다.

선량한 사람을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거나, 삶을 유린하고 피폐케 한 범법자를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단죄하지 않는 건 그런 범죄를 조장하는 것과 진배없다.

실제로 경제사범을 비롯한 많은 범법자들이 일정기간 해외로 도피하거나 적당히 숨어 있다가 공소시효가 지난 후 돌아와 떵떵거리며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검·경에 공권력을 부여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하는 공권력은 존재가치가 없다.

그러므로 죄를 지으면 반드시 죗값을 지게 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요, 검·경의 사명이다.

부자든 빈자든, 권력층이든 소시민이든, 지식인이든 무식인이든, 모두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법 앞에선 갑질 하는 갑과, 주눅 드는 을이 없어야 한다. 누구든 지은 죄 만큼 처벌 받고, 개과천선해야 한다. 그런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고, 그런 나라가 좋은 국가이다.

공소시효(公訴時效)란 범죄를 저지른 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검사의 공소권이 없어져 그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제도를 말한다.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범죄행위가 종료된 때부터 시작되는데, 공소시효기간은 범죄의 경중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는 25년,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는 15년,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는 10년,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는 7년, 장기 5년 미만의 징역 또는 금고와 장기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는 5년, 장기 5년 이상의 자격정지에 해당하는 범죄는 3년, 장기 5년 미만의 자격정지, 구류·과료 또는 몰수에 해당하는 범죄는 1년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복잡한 공소시효의 제도적인 존재이유는 오랜 시간이 경과하면 현장보존의 어려움과 증거 판단 곤란, 사회적인 관심의 약화, 계속해서 발생하는 치안수요와 이를 감당할 인력과 예산의 과다 소요 등에 기인한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과 수사기법의 발달 그리고 국력의 신장 등으로 공소시효가 지난 뒤에도 얼마든지 범인을 잡아 재판정에 세울 수 있다. 아니 설사 아무리 어려운 여건과 위험이 있다하더라도 중죄인은 반드시 검거해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차제에 징역 또는 금고형의 기간에 따라 설계된 현행 공소시효를 재설계 했으면 한다. 이를테면 국민의 법 감정에 맞게 범죄유형별로 공소시효를 재분류 한다든지, 아니면 시효기간을 전반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악질 경제사범과 어린이 성추행범, 그리고 패륜흉악범 등에게도 살인죄처럼 공소시효를 없애고, 여타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최소한 10년 이상 대폭 늘렸으면 한다.

그리하면 악행을 저지른 범인도 끝까지 추적해 잡을 수 있고, 그런 범죄도 현저히 줄게 되는 순기능이 발현될 것이다.

불행하게도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엔 공소시효가 지난 영구 미제사건도 많고, 공소시효가 지나 두 발 뻗고 뻔뻔스럽게 사는 파렴치범과 흉악범도 많다. 그로 인해 죽은 억울한 영혼과, 오늘도 가슴에 깊은 한을 묻고 사는 불행한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하여 공소시효 폐지 확대는 사회정의이자,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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