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이 갈 곳 없다
평화의 소녀상이 갈 곳 없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8.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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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으로 건립하기로 한 충북지역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 부지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며 뜻있게 추진했던 사업이었건만 마땅히 세울 곳이 없게 된 것이다.

더구나 8.15 광복일을 기해 제막식을 할 예정이었으나 1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상징물은 건립부지 선정에 고민만 하고 있다. 청주시가 최종 건립 부지로 제안한 북문로 청소년 광장이 단체 간 이견으로 건립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건립을 추진하는 쪽이나 건립을 반대하는 쪽이나 모두 이유 있는 주장을 한다.

청소년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반대하고 있는 청소년단체협의회는 상징물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추모 성격을 지닌 평화의 소녀상을 춤추며 뛰어노는 공간인 청소년 광장에 건립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또 재기 발랄한 청소년들이 혹여라도 상징물에 기대거나 훼손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활동이 위축되고 행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반대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추모 공간과 활동 공간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는 상충할 소지가 많다.

반면, 북문로 주민들과 건립에 대한 논의를 추진해 왔던 건립추진위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애초 충북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시민 모금 운동을 벌이면서 건립부지로 삼일공원이나 상당공원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청주시 측이 삼일공원은 독립운동가 동상이 세워진 관계로 많은 기념물이 들어서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후 시와 협의해 청소년 광장을 건립 부지로 잠정 결정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왔던 차에 청소년단체협의회의 반대가 불거졌으니 난감한 처지다.

추진위는 청소년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함으로써 오히려 역사를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지나치게 수동적인 자세로 청소년을 판단하지 말 것과 상징물을 단지 유용과 무용의 가치로만 보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청소년 광장도 어려우면 중앙로의 소나무 숲길이나 차 없는 거리로 건립 부지의 논의를 변경해야 한다”는 추진위원의 한숨도 안타깝다. 뜻있고 좋은 일을 하는데 단체간에 얼굴 붉히며 할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밀리고 밀려 청소년 광장까지 온 평화의 소녀상은 두 단체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한 또 다른 건립부지를 찾아야 할 형편이다. 각 단체의 입장이 전달되면서 청주시는 양측에 이견 조율을 주문했다고 한다. 곧 건립 부지에 대한 최종안이 나오겠지만 건립에 반대하는 청소년단체협의회의 입장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추진위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 나오길 바란다. 건립부지 선정을 두고 논란만 키울 경우 충북의 이미지만 실추시킬 뿐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왜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려는지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대의적인 안목으로 지역과 사회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것도 단체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일본의 잔학함을 잊지 않기 위해 이 땅에 세우는 것만이 아니다. 광복 70주년으로 추진했지만 광복만을 기념하는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상징물이다. 상징물이 어디에 세워지건 간에 평화로운 시대를 꿈꾸고 기원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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