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나온 그림자
마음에서 나온 그림자
  • 박숙희<청주시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8.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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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그 서른아홉번째 이야기는 ‘직지’ 하권 26장 양보지 화상(梁寶誌 和尙)의 대승찬송(大乘讚頌) 십 수(十首) 중 그 한 수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를 참조했음을 밝힌다.

허망한 몸이 거울에 당하여 그림자를 비춤에/ 그림자와 허망한 몸이 다르지 않나니

만약 그림자를 버리고 몸을 두고자 하면/ 몸이 본래 같은 허망인 것 모른 것이네.

몸이 본래 그림자와 다르지 않으니/ 하나만 있고 하나는 없지 않음이라.

만약 하나를 두고 하나를 버리고자 하면/ 영원히 진리와 더불어 서로 멀어지네.

또 만약 성인을 사랑하고 범부를 미워한다면/ 생사의 바다 속에서 뜨고 잠기리라.

번뇌가 마음으로 인하여 있나니/ 마음이 없으면 번뇌가 어찌 있으랴?

수고롭게 분별취사를 하지 아니하면/ 저절로 도를 얻는 것 잠깐이니라.

꿈꿀 때 꿈속에서 짓는 바와/ 꿈꿀 때 깼던 경계까지 모두 없나니

꿈깰 때와 꿈꿀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도한 두 가지 소견이 다르지 아니하네.

述(술)한 것 고치고 깨달음 취해 이익을 얻으려 하면/ 어찌 판매하는 장사꾼과 다르랴?/ 동정을 둘 다 잊어서 항상 고요하면 / 저절로 진여에 계합하리라.

만일 중생이 부처와 다르다고 말하면/ 멀고멀어서 부처와 항상 다르리라.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니/ 자연히 구경에 남김이 없으리라.

우리의 몸이 허망한 것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 허망한 것과 같다는 것이겠다. 갑이란 사람의 얼굴은 거울에도 갑이란 사람같이 보이지 을이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겠다. 몸도 그림자이고 그림자가 바로 몸이니 허망하기가 마찬가지인 것 아닐는지.

마음에서 나온 그림자가 몸이다. 마음은 본래의 몸과 같고 몸은 거울에 비친 그림자와 같나니 그리하여 五蘊(오공)이 皆空(개공), 즉 다섯의 심오함이 모두 공(空)이라는 것이겠다.

하나는 있고 하나는 없다는 말은 허망한 몸은 있고 허망한 그림자는 없다고 보는 것을 말한다. 둘 다 허망하기가 마찬가지인데 허망한 몸은 그대로 두고 허망한 그림자는 가짜라고 버리려고 한다면 진리와는 영원히 멀어진다는 것이다.

또 성인을 사랑하고 범부를 미워한다면 생사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생사의 바다에서 떴다가 잠겼다가 하면서 표류하게 된다는 것.

범부라고 해서 미워할 것도 없고 성인이라고 해서 좋아 할 것도 없는 것이다. 좋아하고 미워한다는 것이 모두 분별심 아니겠는가. 그러한 분별심을 일으킨다면 생사의 고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겠다.

이는 마음이 없으면 번뇌도 있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分別取捨(분별취사)를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를 얻는다는 것 아닐는지. 또한 지극한 도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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