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인된 야당의 현주소
다시 확인된 야당의 현주소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5.08.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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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두 국장

야당이 정치혁신 방안의 하나로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이슈가 되고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학계와 정치권에서 거론해온 선거제도 개선방안으로 새삼스러운 의제는 아니다.

망국적 지역구도를 완화하고 사표를 줄여 표의 등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온 대안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기 때문에 의원정수 증원을 전제로 추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취지나 효능보다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부작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도 여론의 대세는 밥값 못하는 국회의원들을 확 줄이자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69명을 더 늘려야하는 제도가 제안됐으니 호응을 얻을리 만무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정치 발전에 유효한 요소를 갖추고 있음에도 사정없이 평가절하되는 장면에서는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현실적으로 득을 보게되는 야권이 적극적이라는 점도 오해를 사는 한 요소이다. ‘여소야대’로 갈 공산이 높은 이 제도를 새누리당이 환영할 까닭이 없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자당 의석수를 더 늘리기 위해 여론을 거슬르고 있다는 역공을 펼치고, 야당은 여당이 당리당략에 매몰돼 혁신적 의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여론을 등에 업은 새누리당의 주장이 강세를 누리는 건 당연하다. 야당이 다수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무하고, 따라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희박한 제안을 들고나온 것부터가 상식에 반한다.

선거때마다 완패를 당하며 절체절명의 벼랑에 선 새정치연합은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당내 개혁에 사활을 걸어야 할 입장이다.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 전반을 아우를 거시적 개혁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뼈를 깍는 자성과 그를 토대로 한 자기 변화에 치중해야 할 처지이다. 그러나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외쳐온 ‘환골탈태’는 구호에만 머물고 있다.

공천과 계파 이익에 집착한 당파적 논쟁은 여전하고 유권자들에게 울림을 줄 결과물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내놓은 범정치 개혁안이 아무리 긍정적 가치를 함축한들 유권자들에게 먹힐리 없다.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개혁은 제도의 개혁이 아니라 정신과 인식의 개혁이다.

한때 국내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부촌인 강남도 고개를 숙였다. 의사당 앞 주유소의 단골은 당연히 국회의원들이다. 의원들에게는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로 매월 145만여원씩, 연간 1750여만원이 국고에서 지원된다. 기름값 싼 주유소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는 액수이다. 여론의 질타가 쏟아진 후 이곳 기름값은 뚝 떨어졌지만 혈세를 물 쓰듯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목도한 국민들은 또 한번 절망했다. 국회 앞 주유소 기름값이 전국서 가장 비싼 한심한 현실은 제도 탓으로 돌릴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 여야가 ‘특권 내려놓기’ 노래를 합창하고 숱한 개혁안들이 난무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줄기차게 폐습으로 질타 받았던 국회의원 출판기념회가 개선되는데도 몇년이 걸렸다. 하지만 출판기념회를 전면 금지하자는 개혁안은 아직도 반대의 벽을 넘지못하고 있다. 야당은 성과도 없었던 이 정치개혁 논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도 못했고 공동의 이익 앞에서는 담합도 서슴치 않았다.

권역별 비례대표 논쟁은 ‘어떠한 혁신적 제도도 현재 우리 정치인들의 정신 상태로는 열매를 맺기 어렵다’는 국민들의 생각을 새삼 확인시켰다. 논쟁을 시작한 야당은 공감을 얻지는 못했지만 교훈은 얻었다. 국민의 지탄을 받고있는 낡은 관행과 특권 철폐에 솔선해 차별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야당이 가야할 유일한 길임을 절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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