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을 보내며
7월을 보내며
  • 이효순 <수필가>
  • 승인 2015.08.0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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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105세로 고인이 된 지인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장을 떠나는 리무진에서 흐르는 양주동님의 ‘어머니의 마음’이 바이올린 선율로 조문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이승에서 마지막 헌화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모습에서 두 볼에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가슴이 뭉클하다.

리무진이 산소 입구까지 천천히 움직여 도착했다. 그곳에서 장지까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는 꽃상여로 이동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산골의 적막을 깬다. 동행한 하객들의 발걸음이 슬프지만은 않다. 워낙 건강하게 장수하고 자손들 다 화목하게 지내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고인은 25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긴 세월을 홀로 지냈으니 그동안 얼마나 적적하셨을까. 리무진이 멈추자 장지 가는 입구에 꽃상여가 준비되었다.

우리 일행은 꽃상여 뒤를 따랐다. 내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본다. 마을의 어른이 돌아가시면 동네 아낙들은 상여 주변에서 좀 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본다. 상여 앞에서 구슬피 선창하는 요령잡이의 사연을 들으며 모두 행주치마로 눈물을 닦는다. 상여가 고개 넘어갈 때까지 말없이 바라본다. 어린 시절이니 사람이 죽었다는 것과 상여 속에 고인을 싣고 산으로 장사하러 가는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구절이 있다.‘이제 가면 언제 오나’ (요령잡이) ‘어허 어화’(상여꾼) 그렇게 장단을 맞추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상여를 메고 간다. 그때는 그렇게 하는 이유를 몰랐다. 그냥 슬프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니 그것은 상여를 이동하며 서로 발을 맞추는 데 꼭 필요한 운율 있는 상여소리였다.

장지에 도착하니 보슬비가 그치고 25년 전 가신 부인의 묘소에 먼저 준비해 놓은 곳에 고인을 합장한다. 산 옆으로 고인이 타고 왔던 꽃상여. 그가 생전에 입었던 옷가지들. 그리고 소지품들을 모두 불에 태운다. 천천히 한 줄기 연기로 사라지고 남은 것은 재뿐이다. 말 없는 푸른 산은 그 얄프른 연기까지 모두 품는다. 이 세상에서 105년 동안 살던 삶은 흙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것이 우리 인생들의 삶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언젠가 저런 삶의 길을 거쳐 갈 것이다. 그것이 언제인지 기약 없지만 모든 사람들이 가야 할 필연적인 길이다. 사람마다 약간의 시간 차가 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가는 삶을 어떤 사람은 고단하게 살다 가고 어떤 사람은 평안히 살다 가기도 한다. 모든 것이 사람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사람은 세월이 지나 그 힘이 다 소진되면 생명을 마감한다. 사는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에 따라 그 삶의 질이 달라진다. 긍정적인 생각과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산다면 얼마나 그 삶이 가치있고 윤택하겠는가. 이것은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고인은 오랫동안 아내와 격조했다 만났으니 천국에서 반갑게 해로하시겠지. 두 내외 기쁨의 눈물인지 고인의 아내 가셨을 때처럼 비가 내린다고 가족들은 신기한 듯 대화가 오간다. 살아생전 그렇게 정이 좋으셨다는데….

비는 바람과 함께 우리가 탄 봉고차를 세게 때린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7월을 보내며 삶의 여정을 또 한 번 깊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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