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양면
모순의 양면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5.07.3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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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반영호 <시인>

전라도가 친정인 아내와 충청도가 고향인 남편, 그리고 두 자녀와 함께 프로야구 대전경기를 보러 갔단다. 예매를 할 땐 빈자리만 찾아 아무 생각 없이 구매를 하였는데 막상 경기장에 가보니 3루수 쪽의 좌석엔 오로록 빨간 티를 입은 KIA 팬들이 앉아 있었다. 본래 프로야구는 지역 위주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어 충청권은 한화 이글스이고, 광주에 본거지를 둔 기아팀이 전라도를 대표하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 둘로 갈라진 응원 열기에 남편은 기가 죽었다. 예매할 때 ‘구역을 고려할 것을’하고 후회했다.

경기가 무르익으면서 아내와 남편은 서로 다른 팀을 응원했다. 아내는 기아를, 남편은 한화를 응원한 것이다. 안타를 치고 홈런이 터지면 한쪽은 신이 났고 한쪽은 안타까워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또 자녀는 어느 쪽을 편 들 수도 없어 중간에서 부모님들 눈치 보느라 맘껏 응원을 못했단다. 사람은 처음부터 대립과 경쟁의 DNA를 품고 태어난다. 아니 태어나기 이전 난자와 만나기 위해 수많은 정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피할 수 없는 경쟁의 유전자를 가진 숙명적 존재인 인간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다툼의 연속인 것이 아닐까. 그것이 인생 아닐까? 다른 어느 것과도 아닌 사람과 사람의 경쟁. 싸움 이런 현상은 비단 사람뿐 만은 아니다. 뒷동산의 밤나무나 텃밭가의 대추나무, 울안의 감나무에 해마다 가지가 늘어지도록 열매가 맺히는데 그 열매들이 다음해 모두 씨앗이 되지 못한다. 만약 그 많은 열매가 싹을 틔운다면 아마 그 나무는 자식나무들로 인해 백여 나지 못하고 죽어지고 말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어미나무들은 절대로 제가 서 있는 자리에 자식나무를 키우지 않는다.

또 낚시를 해보면 잘 알 수 있다. 붕어를 낚기 위해서는 작은 참붕어를 미끼로 사용한다. 자기 종족인, 혹 제 새끼일 수도 있는 붕어를 먹고 결국 바늘에 꿰여 잡히고 마는 비극.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이지만 붕어가 붕어를 먹는 이 작은 현상들에서 끔찍함을 느낀다. 이기지 못하면 진다. 소유하지 못하면 소유 당한다거나 먹지 않으면 먹힌다는 동물적 본능이다. 운동경기는 기록경기가 아닌 이상 공격과 수비 형태로 치러진다. 끝없는 연습과 반복훈련을 통하여 힘과 기술을 습득해야만 한다. 이렇게 길러낸 선수들은 경기에 임하게 되고, 사람들은 치열한 이들의 싸움을 관전하며 즐거워한다. 직접 내가 행하지 않더라도 격하게 싸우는 선수들로 하여금 끓어오르는 본능을 체험하는 것이다. 대리만족을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초나라 때 어느 장사꾼이 장터에서 방패盾와 창矛을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자, 여기 이 방패를 보십시오. 이 방패는 무지무지하게 견고하여 아무리 날카로운 창의 공격이라도 다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랑한 다음 이번에는 창 하나를 집어들고 외쳐댔다. “자, 이 창을 보십시오. 이 창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아무리 견고한 방패라도 뚫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 구경꾼 중의 한 젊은이가 이렇게 질문했다.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요?” 장사꾼은 아무 대답을 못하고 창과 방패를 주섬주섬 싸들고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사람의 말이나 글, 행동의 앞과 뒤가 서로 맞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모순’(矛盾) 이라는 단어가 생긴 유래다.

상대편과 맞서 싸우는 모든 운동 경기나 전쟁에서는 공격과 방어를 해야 한다. 공격을 잘해도 방어를 못 하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반대로 방어는 잘하는데 공격을 못한다면 이긴 싸움은 아니다.

이기든 지든 결판이 난다. 응원하는 사람도 연고지든 어떤 관계로 인연이 있으면 그 팀을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선수만큼이나 열정을 쏟으며 간접체험을 한다. 모처럼 스트레스를 풀 겸 관람한 프로야구경기는 오히려 서먹한 가족관계를 만들고 돌아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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