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골오작위(九骨五作慰) 골퍼의 12단계
구골오작위(九骨五作慰) 골퍼의 12단계
  • 김기호 <골프칼럼니스트>
  • 승인 2015.07.30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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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의 똑소리 나는 골프이야기
김기호 <골프칼럼니스트>

이외수 작가는 구골오작위를 통해 조사들의 급수를 매겼다.

낚시와 골프는 전혀 다른 행위지만 일맥상통한다. 한 번 빠지면 가정과 일에 소홀해지고 주말이면 장비를 챙겨 떠난다. 서로 조사와 프로 등의 존칭을 붙이기도 한다.

1. 골졸(骨卒).

매너와 샷 모두 치졸함을 벗어나지 못한 초보의 단계다. 잘 맞지 않으면 캐디를 탓하든가 동반자를 원망한다. 때론 집에 오는 길에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로 화풀이를 한다. 스윙도 초보, 행동거지도 초보, 캐디에게 거는 수작도 초보다.

2. 골사(骨肆)

선비(士)가 아닌 방자할 사(肆)자가 붙는 단계. 허풍이 심해지고 라운드가 잡히면 며칠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한다. 비싼 장비를 사지만 결과는 대부분 꽝이다. 에티켓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스윙이나 마음가짐이 방자(放恣)하기 때문이다.

3. 골마(骨麻)

눈을 감으면 해저드와 그린이 보이고 홍역을 앓듯 빨간 깃발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아내의 바가지도 불사, 친지의 결혼식 불사, 결근도 불사, 라운드를 가지 못하면 한 주 내내 끙끙 앓는다.

4. 골상(骨孀)

과부 상(孀), 아내는 주말과부 필수, 주중과부 선택이 된다. 집에 쌀이 떨어졌는지, 아이들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공치는 애비 잘못이라고 바가지를 긁어도 반발하지 못한다. 오직 골프가 인생 최고의 목표이자 삶의 의미가 된다.

5. 골포(骨怖)

골프에 올인 했지만 즐거움보다 상처가 많았다. 종종 골프가 인생을 망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80대 초 중반을 치지만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70대 스코어로 행복해 한다. 언제나 골프를 끊을 거라고 사방팔방 떠들고 다닌다.

6. 골차(骨且)

인생을 망칠 것 같던 클럽이 다시 동반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샷이나 매너가 한결 성숙해져 라운드는 행복을 위한 도구가 되었다. 깊은 중독의 단계가 시작되고 가끔 70대 타수를 기록하지만 골프의 심오한 세계를 알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7. 골궁(骨窮)

다할 궁(窮). 기술적인 샷을 구사하는 초보고수의 단계로 자주 라운드하며 언더파를 노려본다. 골프에 대한 사고는 성숙해졌지만 우주의 삼라만상을 핑계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하수의 때를 벗지 못했다. 아무에게나 무차별 레슨을 하는 게 특징이다.

8. 남작(作)

인생을 담고 세월을 품는 기쁨이 스윙의 곳곳에 배어있다. 내기를 즐기되 내기에 사로잡히지 않으며 라운드 중 참견이나 훈수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 스코어의 대부분이 70대를 기록하는 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9. 자작(慈作)

마음에 자비의 싹이 트면서 스코어에 대한 욕심을 모두 버렸다. 쉽게 언더파를 치며 정직한 것이 이기는 조건이 되는 것도 깨달았다. 매너와 에티켓을 중시하고 동반자의 예우에 소홀함이 없다.

10.백작(百作)

한 번의 라운드에서 백 번의 라운드를 경험한다. 골프의 지혜를 하나하나 깨우치는 기쁨에 세월의 흐름을 알지 못한다. 골프의 심오함을 이해했고 연습장이나 필드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며 행동에 기품이 있다.

11.공작(空作)

마음 안에 두터운 믿음이 생겼고 반쯤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났다. 내공이 입신의 경지에 도달해 화려함이 모두 사라지고 극도의 단순함만 남았다. 지나온 골프인생을 무심한 미소로 돌아보며 신선이 되는 때를 기다린다.

12. 골성(骨聖).

깨달음의 깊은 경지에 도달해 해탈을 준비한다.

어디서든 가장 편한 동반자, 스코어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라운드를 만든다. 언더파와 100개를 치는 골퍼 모두 이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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