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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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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이는 연개소문 드라마세트장
함 영 덕 <논설위원·극동정보대 교수>

'모래시계'와 '겨울연가'는 강릉 정동진과 춘천 남이섬을 일약 유명관광지로 만들었다. 영상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장소가 관광산업에 활력소가 되고 새로운 유명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촬영장소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였고, '해리포터'의 촬영지인 크리이스트 교회는 연간 25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가 관광산업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보여준 성공적이 이야기다.

관광산업에 목말라하는 우리나라 지자체에서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를 통해 자기지역을 알리고 손쉽게 관광산업과 연계시키고자 하는 의도 때문에 드라마 촬영장소 유치를 위해 지자체간의 과열현상으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단양군의 경우 열악한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SBS드라마 '연개소문' 촬영을 위해 50억원의 예산을 투입, 세트장 건립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드라마 지원비 명목으로 10억원을 SBS 측에 전달한다는 소식에 우려의 소리가 높다. 더욱이 영춘면 하리 온달 국민관광지는 수억원의 예산을 들인 잔디와 공연시설들이 세트장 건립으로 모두 망가져버려 시민의 재산과 세금을 이중으로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국 지자체 중 드라마세트장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 순천시 역시 63억원의 총비용 중 시가 지원한 금액이 43억원에 지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재정이 열악한 단양군이 지원한 60억원의 군 예산은 지자체에 많은 부담이 될 것이다.

물론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투입액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면 투자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가 지원한 드라마나 영화촬영 세트장이 관광자원으로 성공한 예가 별로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제천시의 '왕건 세트장'이나 충주의 '홍국영 세트장', 순천시의 '사랑과 야망'의 세트장 역시 드라마 종영과 함께 방문객이 급감하거나 방영 중에도 예상인원을 훨씬 밑도는 실정이다보니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상품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인가 보여주고 홍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단체장으로 하여금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게 하여 올바른 판단과 귀중한 예산집행을 가로 막을 수는 있지만, 지나친 예산 투입은 고스란히 지역민의 과중한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단양군의 관광사업에 대한 기대와 집념에는 공감이 가는 일면이 있지만, 시민의 혈세로 모은 예산을 집행하는 단체장의 신념과 안목이 좀더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실정이다.

정동진이나 남이섬이 유명관광지로 성공한 이유는 지지체가 인위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서가 아니라 탄탄한 드라마의 시나리오나 자연환경과 주인공들의 이미지와 연기가 성공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지자체에서는 이와 같은 예산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영상테마파크와 기반시설을 구축, 다양한 촬영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해 촬영할 때 오히려 지자체에 비용을 내고 장소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드라마세트장 하나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버려야 한다. 치밀한 사전 계획과 경제적 효용성을 분석하고 주민이 상주하여 상업에 종사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다양한 영상촬영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는 영상테마파크를 조성,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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