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하은아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5.07.2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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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 하은아

여름이 찾아오면 극장가에는 등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영화를 개봉한다. 찌는 듯한 더위를 무서운 영화로 좀 잊어보자는 식의 공식이 있는 것 같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긴긴 겨울밤에는 어떤 책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 반면 여름에는 사정이 다르다. 조금만 지루해도 책 읽기가 귀찮아진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책도 마찬가지다. 한 손으로 부채질을 열심히 해가며 읽는 여름 독서는 쉽게 지친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에게도 읽는 패턴이 있다. 일년간 책을 읽고 그 목록을 작성하다 보면 여름에는 유난히 소설을 많이 읽는다. 그중에서도 추리소설과 같은 사건과 사고가 끊이질 않는 그런 부류의 소설들이 많다.

올해 여름도 덥다. 작년 여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이 여름이 가장 더운 듯하다. 나른한 날들이 계속되고 책 읽는 것조차 귀찮아지는 여름에 역시 추리소설은 제격이다. 공포영화를 보는 것만큼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준다. 이런 연유로 고르게 된 이번 여름의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게이고 저·양윤옥 옮김·현대문학)이다. 추리소설계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지라 이름만 보고도 여름밤을 달래 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주저하지 않고 골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책은 날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소중한 사람과 같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곤소곤 비밀스럽게 나미야 잡화점을 이야기해주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나미야 잡화점은 시골 동네에 흔히 있는 그저 그런 잡화점이다. 이 잡화점이 특이한 것은 어떤 질문에도 진솔된 상담을 해준다는 것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고민을 적은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면 그 다음날 우유통에서 답장을 찾아가면 된다. ‘공부하지 않고 시험을 잘 보고 싶어요!’ 같은 장난스런 상담부터 가족들과 야반도주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담까지 잡화점 할아버지는 상담자의 마음을 생각하고 생각해서 답장을 준다. 미래와 과거가 묘하게 얽혀져서 이어지는 상담이 400페이지 넘는 두꺼운 책임에도 지루함이 느껴질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질문을 많이 한다.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이 없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 길이 맞는지, 이 답이 맞는지 타인의 동의가 절실히 필요해진다. 잡화점으로 보내진 편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정해 놓은 답을 편지로 격려받고 싶었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의 선택을 한다. 어려운 선택도 있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그런 선택도 있다. 어떤 선택이든 타인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발걸음 떼기가 수월해진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앞으로의 일을 소리 없이 지지해주고 그 길이 가장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라면 주저하지 말라고 응원해주는 책이다. 찌는 듯한 더위로 잠을 이루기 쉽지 않은 여름밤에 이 책을 읽고 한움큼 응원을 받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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