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갈아타기' 쉬워져…230조 '머니무브' 일어나나?
'은행 갈아타기' 쉬워져…230조 '머니무브' 일어나나?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07.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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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본격 시행되는 계좌이동제 7월부터 첫단계인 자동이체 조회· 해제 서비스 돌입
본격시행 시 대상계좌 2억개 잔액 450조 중 개인예금 230조 이동가능성, 금융권 초긴장
10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계좌이동제'가 이달 1일부터 첫 걸음을 뗐다.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계좌이동제 가운데 첫 단계인 인터넷으로 자동이체를 조회·해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들은 금융결제원이 만든 전용 사이트 페이인포(payinfo.or.kr)에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벌써 수만명이 원치 않은 자동이체 서비스를 해지했지만,10월부터 계좌 변경까지 가능해지면 금융권에 빅뱅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대상이 되는 은행권 수시입출금식 계좌는 2억여개로 계좌에 들어있는 잔액은 지난 5월말 기준 450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이동제가 본격화되면 이중 개인예금에 해당하는 230조원(추정) 정도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고객들은 카드 대금이나 보험료, 각종 공과금 등의 자동이체를 일일이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쉽게 주거래 계좌를 옮기지 못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별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혜택도 크게 다르지 않아 굳이 계좌를 이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고객도 많았다.

하지만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이러한 불편함이 줄어들게 된다. 새로운 계좌를 만들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기존 계좌에 딸려있는 카드 대금, 보험료, 공과금 자동이체 항목 등을 새 계좌로 바로 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들이 기존 '단골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각종 수수료 면제나 금리 우대 혜택으로 유인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는 각 은행의 혜택을 비교해 보고 계좌를 골라서 갈아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서울에 거주하는 만 25~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51.2%가 '3년 내 주거래 은행을 변경했거나 변경하고 싶어도 못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2명 중 1명은 주거래 계좌 변경 의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1년 계좌이동제를 먼저 도입한 영국에서는 제도 재정비 이후 2013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발생한 계좌이동 횟수가 약 175만건(7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에는 비상이 걸렸다. 계좌이동제 시행에 따라 상대 고객을 빼앗아 올 수 있는 점은 큰 기회이지만 반대로 기존 고객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일제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권에서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제공할 수 있는 혜택도 제한돼 있어 계좌 대이동이 일어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나성호 연구위원은 "단순히 예적금이나 대출 금리를 우대하는게 고객 이탈을 막는데 효과적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은 주거래 고객 우대 혜택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별 금융 니즈에 따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계좌이동제의 단계적 시행에 따라 자동납부 변경은 10월부터 가능해진다. 내년 2월부터는 자동납부뿐만 아니라 자동송금도 조회·해지·변경할 수 있고, 내년 6월에는 전체 요금청구기관에 대한 자동납부 변경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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