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꽃씨
엉겅퀴 꽃씨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7.15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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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세상

도종환

엉겅퀴 꽃씨가 바람에 흩어집니다

또 다시 여름이 왔습니다
뜨겁게 살자고 약속하기 전에
버릴 것을 모두 버리고
꽃씨 하나로도 더욱 단단한
젊은 그들의 자세는 얼마나 넉넉합니까
쌓아둔 것이 많아서 더욱 불편한 삶
누리고픈 것이 많아서 더욱 괴로운 사람
그것 말고도 우리에겐 버릴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아름다운 꽃들이 모두 피었다 지고 난 계절의 끝에
보여주는 이 없는 곳에서도 저 혼자 떳떳하게 피었다
그것마저도 홀연히 버리고
이제 맑은 풀씨 하나로 서서
홀가분하게 가슴을 흔드는 마음은 얼마나 가뿐합니까
이제 이 들의 어디라도 갈 수 있지 않습니까
이 땅의 어느 곳으로도 달려가 뿌리를 내릴 수 있지 않습니까
엉겅퀴 꽃씨가 바람에 날립니다
또다시 여름이 깊어집니다


# 우리는 늘 자유를 꿈꿉니다. 얽매인 현실 앞에서 자유는 로망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자유롭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화두처럼 박혀오는 물음에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여름꽃 엉겅퀴가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비우고 채우고, 다시 비워 어느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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