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성 로컬푸드 직판장’ 개장
‘낭성 로컬푸드 직판장’ 개장
  • 임성재 기자
  • 승인 2015.07.14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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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임성재 <칼럼니스트·시민기자>

지난 6월 말쯤, 집에서 청주 시내를 나가다가 마을 종합복지회관 앞에 ‘낭성 로컬푸드 직판장’이라는 간판이 걸린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그동안 흔하게 보아왔던 자치단체나 농협에서 주관하는 지역 특산물 직판장이겠거니 하고 무심코 지나쳤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보여주기 식 전시용 매장이 아니라 왠지 활기가 넘치고 무언가 달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는 매장을 들러보기로 마음먹고 차를 세웠다. 

서너 평 남짓한 좁은 매장 안에는 냉동고와 냉장고, 가판대가 빼곡히 놓여 있다. 냉동고에는 낭성의 특산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복분자가 포장 팩에 담긴 채 쌓여 있고, 냉장고에는 풋고추, 생도라지, 삼채, 상추 같은 신선한 채소와 무장아찌, 무말랭이, 질경이장아찌, 오이피클,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같은 반찬류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리고 전시대에는 찹쌀, 현미찹쌀, 흰콩, 약 콩, 붉은 콩, 완두콩 같은 곡식류와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발효액, 식초, 효소, 칡즙, 복분자 즙, 미숫가루 등 농가에서 직접 만든 가공품과 농산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상품의 포장은 일반마트의 상품처럼 화려하지 않았지만 정성스럽고 아주 소박한 포장을 하고 있었다. 모든 상품 겉포장에는 생산지와 생산자의 이름, 전화번호가 표기되어 있고, 김치 같은 반찬류에는 만든 날짜를 표시해 상품의 신뢰성으로 차별화하고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전국에 이름난 로컬푸드 매장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 자치단체나 농협이 결합하거나 주도하는 매장인 반면에 낭성 로컬푸드 직판장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여 만든 전국 최초의 로컬푸드 직판장이라는 것이다. 금년 1월부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몇 차례의 주민총회를 거친 결과 50여 농가가 참여하여 매장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매장을 짓는 데는 청주시가 2천여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주었고, 이장협의회를 비롯한 낭성에 있는 각종 단체들의 후원으로 냉장고를 비롯한 시설들을 구입해 지난 6월 27일에 문을 열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50여 회원 농가가 서로 상의하여 조정하게 되는데, 지역의 고령농가와 영세농가에서 생산하는 품목을 우선적으로 선정하여 어려운 이웃을 돕는 역할도 수행한다. 물품의 가격도 생산한 농민들이 포장 단위를 정하고 직접 매긴다. 그런데 농산물들은 대부분 소포장 단위여서 가격 또한 저렴하다. 

우리 가족이 먹는 식품은 안전한가? 우리 가족이 먹는 농산물은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 수 없을까? 농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면서 건강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들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로컬푸드 운동’이다. 로컬푸드란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을 말하는데, 흔히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칭한다. 로컬푸드 운동은 곧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낭성 직판장은 로컬푸드 운동을 실현하는데 딱 들어맞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지역농산물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인구 80여만 명의 도시가 시장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매장이 위치한 입지조건이다. 매장이 위치한 512번 도로는 상당산성 입구에서 미원, 보은방면을 잇는 도로로 출퇴근 시간에는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고, 청주시내에서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접근성에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성 로컬푸드 직판장의 성공여부는 청주시민의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변화에 달려 있다. 낭성에서 시작한 로컬푸드운동의 성공은 통합청주시가 도농복합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과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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