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5.07.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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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음성도서관장>

소설 ‘오만과 편견’이 펭귄 클래식 출판사에서 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표지는 빨간 꽃무늬 천이며 하드커버로 되어 있어 소장 가치가 있다. 몇 년 전 키이라 나이틀리와 매튜 맥퍼딘 주연의 영화로도 상영했다. 고풍스러운 영국의 풍경과 아름다운 로맨스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저)’은 고전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역사적, 시대적 배경이 없다. 대부분의 고전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나 ‘안나 카레니나’처럼 시대적 상황과 어우러져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베넷가 자녀의 결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의 생몰 연대를 참고하면 시대적 배경은 18세기 말이다. 베넷 부인의 최대 목표는 좋은 집안, 돈 많은 집안에 자녀를 결혼시키는 것이다. 베넷가 딸들의 일상은 공부하느라 힘들기보다는 그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파티에 참석하고 친척집으로 장기간의 여행을 떠나는 우리가 꿈꾸는 삶이다. 

다섯 명의 딸은 제인과 엘리자베스, 메리와 캐서린, 리디아로 양분된다. 제인과 엘리자베스가 외모도 아름답고 지적 수준도 있는데 반해, 메리는 외모에 관심 없고 오로지 책만 읽는 아이로 묘사된다. 캐서린과 리디아는 남자와 외모에만 관심 있는 우둔한 아이들로 묘사된다. 베넷 씨와 그의 아내는 상반되는 성격으로 베넷 씨가 교양을 갖춘 온화한 아버지라면 부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푼수 아줌마다. 

소설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다. 엘리자베스의 소탈함과 활달함, 다아시의 오만함 뒤에 보이는 판단력과 학식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기폭제가 된다. 연인 관계의 시작은 자신의 부족한 면을 상대가 갖고 있거나 공통점을 발견할 때 시작된다.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 ‘태백산맥’, ‘장길산’, ‘토지’를 읽었다는 말에 감동해 책을 소재로 늦은 밤까지 이야기하던 때가 떠오른다. 나보다 똑똑하다는 선망이 결혼까지 이어지게 했다. 

베넷 부인의 푼수 기질과 남자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동생들의 방탕한 행실은 결혼에 걸림돌이 되지만, 다아시의 오만과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무너지면서 해피엔딩의 결말을 맺는다.

이 책은 우아하면서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이다. 자칫 통속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랑이 주제이지만 여류 소설가의 섬세함이 묻어 있다. 등장인물의 세심한 성격 묘사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하는 자양분이 되었다. 경어로 번역된 문체는 신선함과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이렇게 했을 텐데 하며 감정 몰입이 되어 소설 속 주인공으로 빠져들었다.

올해 대학생이 된 딸은 이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갔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해야 하지만 현명한 판단을 하리라 믿는다. 딸은 미팅을 자주 하면서 연예인 닮은 남자 친구의 로망도 품고 있다. 좀 더 현실적인 안목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 이 책을 추천했다. 연애를 할 때 막연히 시작하기보다는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어 폭넓은 시야와 유연한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이 책 외에도 서두에서 언급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 ‘사랑의 기술’을 추천했다. 엄마의 바람과는 달리, 딸은 요즘 그동안 보지 못한 TV 앞에서 떠날 줄 모르며 베르나르의 ‘개미’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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