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공기 반 소리 반
복면가왕, 공기 반 소리 반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5.07.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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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미국은 당연할 정도로 전 세계 대중음악을 좌지우지한다. 그런 미국의 대중음악은 팝 음악 전문잡지 빌보드가 선도하는데 빌보드지의 편집장이 한국계 재니스 민이라는 사실은 팝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문화콘텐츠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대중음악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K-Pop이라는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면서 지구촌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강남스타일>을 내세운 가수 싸이의 열풍은 광주 유니버시아드 경기를 앞두고 미국선수단의 선수촌 입촌식에서의 깜짝 퍼포먼스로 등장할 정도다. 한국 걸 그룹을 비롯한 아이돌 가수들의 인기 역시 국내에서의 섣부른 상상을 크게 뛰어넘는다.

그런 K-Pop의 열풍은 그러나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불식시키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에 이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걸그룹들과 남자 아이돌 그룹의 명멸이 계속되고는 있으나 중년 이상의 성인들은 솔직히 누가 누구인지 분간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인데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에 대한 진정성 부족이 나에게는 가장 큰 불만과 불안의 원인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팝음악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빌보드지 편집장 재니스 민 역시 그런 우려를 했다.

“K-Pop콘텐츠는 이제 진솔하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완벽하게 포장돼 있는 모습은 미국 청중들에게 가짜처럼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그녀의 충고는 대중음악의 가치가 솔직함과 진정성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그동안 걸그룹을 포함한 아이돌 가수들의 포장, 즉 비주얼에 너무 많은 자극을 받아 왔다. 하나같이 잘생기고 아름다운 얼굴이나 몸매 등의 외모와 격정적인 율동의 춤사위, 그리고 별로 리듬과 비트가 구별되지 않는 노래 등은 이들의 변별적이며 차이의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그만큼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TV프로그램 <복면가왕>은 그러나 그런 걱정과 우려가 쓸데없는 것이라는 믿음과 동시에 K-Pop을 중심으로 하는 한류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일깨워 주고 있다. 화려한 무대 배경이나 현란한 안무, 그리고 뛰어난 외모를 싹 감추고 동료들의 도움도 없이 오로지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복면의 가수 가운데 아이돌 가수가 많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놀랍다.

그만큼 탄탄한 가수로서의 실력, 즉 가창력을 갖추는 동시에 부르는 노래마다의 색깔에 충분히 적응하는 감정표현이 감탄을 불러낼 만큼 그들의 기세는 당당하다.

문제는 그런 실력의 내재성이 쉽게 표출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 모습의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와 그 표현력인데 역시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포장과 노래의 지나친 윤색이 우리를 낯설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복면을 쓰고 나서야 제대로 된 감성을 살려 실력을 한껏 뽐낼 수 있고, 복면을 벗은 실제의 가수활동에서는 가성을 써야하는 자아의 상실.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것인 포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노래에서 진정성의 가치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공기 반 소리 반을 강조하는 음악 제작자 박진영의 말처럼 현실에서의 조화로움이 쉽지 않은, 그리하여 진솔함 또한 사치는 아닐까 하는 걱정. 이러다 우리도 복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오늘따라 바람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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