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문제 해결사
최고의 문제 해결사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5.07.1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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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 <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그 서른여덜번째 이야기는 「직지」하권 21장 원오 극근 화상(圓梧 剋勤 和尙)께서 도를 물은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 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원오 극근 화상이 5조 법연(法演) 화상을 모시고 섰을 때에 우연히 전 제형이 인을 풀고 촉나라에 돌아올 때 산중을 지나면서 도를 묻게 되었는데 대화를 나누는 때에 5조께서 묻기를 “제형이 일찍이 소염시(少炎詩)를 읽었느냐? 소염시의 두 구절이 자못 선의 종지에 가까움이 있으니 말하자면 소옥을 자주 부르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니라 다만 단랑(丹郞)이 소리를 알아들음을 요구할 뿐이었느냐?

제형이 “예!”하고 응답했는데 5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또한 자세히 보라.”

진 제형(陳提刑)이란 성(姓)이 진씨이고 벼슬이 제형인데 요즘 말하면 검찰총장과 같은 직책이란다. 인(印)을 풀었다는 것은 제형의 벼슬을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진 제형이 벼슬을 그만두고 촉나라로 돌아오면서 5조 법연 화상이 계시는 산중을 지나갈 때 법연 화상을 찾아서 도를 묻게 되었단다.

전 제형이 선의 도리를 물으니까 5조 법연은 쉽게 그 사람이 알 수 있는 소염시에 나오는 것을 빗대어서 말씀하셨다.

전하는 말에 당황명의 부인 양귀비가 안록산을 좋아해서 안록산이 나이가 많은데도 자기 수양아들로 삼아서 늘 같이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보는 데서는 같이 정을 통하기가 어려우니까 “소옥아! 소옥아!”하고 양귀비의 몸종인 소옥이를 부르는 것으로 두 사람만이 아는 신호를 만들어서 당명황이 있으면 소옥이를 불러서 안록산이 못 들어오게 했단다.

조사들이 선법문하는 것도 양귀비와 안록산이 짜놓고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과 같은 식으로 알려주기 위해서 이심전심의 도리로써 그것을 표현하는 그것이 바로 선지(禪旨), 선법문이란다.



일단의 진풍을 그림으로 그릴 수 없으니/ 골방의 깊은 곳에서 그윽한 정을 펴네.

소옥을 자주 부르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니라/ 다만 단랑이 소리를 알아듣는 것 바랄뿐이네. / 소리를 알아 얻는다는 말이 중요한 것이다. / 깊은 정을 편다는 것은 청춘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것이다. 양귀비와 안록산이 통정하는 것이 바로 ‘洞房深處(동방심처)에 敍幽情(서유정)’이다.



야담에 양귀비가 안록산과 한참 재미 본 다음에 당명황이 들어와서 양귀비를 보고 “땅이 어째 축축하냐?”고 나무랐단다. 양귀비가 “하늘이 비가 오려고 하니까 땅이 먼저 축축하고,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집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땅은 양귀비 자기 몸을 비유한 것이고 하늘은 당명황을 비유한 것이겠다. ‘대왕이 거동하니까 제가 먼저 알고 축축해졌다’는 뜻 아니겠는가.

5조 법연 화상이 소염시를 들어서 말을 하니까 진 제형은 알았다고 답을 하니 5조 법연은 전 제형이 안 것을 수긍하지 않고 그 도리를 그냥 섣불리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보라는 것이었다. 

이렇듯 한 인간이 성숙하고 기업이 성공하는 데는 공통점이 있겠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그 부산물이자 결과라는 것이 아닐는지.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는 “모든 인생은 문제 해결”이라고 했다. 리더란 문제 해결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 즉 최고의 지도자는 최고의 문제 해결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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