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도(民度) 탓이다
우리 민도(民度) 탓이다
  •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15.07.0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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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조규호 <서원대 경영학과 교수>

21세기 선진국 진입을 앞둔 대한민국에서 7월 8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13일 만에 물러났다. 아니 쫓겨났다. 지난 2주간 우리 국민과 언론은 대통령의 비민주적 리더십과 독선을 보았고 집권여당과 청와대(대통령)가 상호 한심한 내전을 치르는 것을 목격하였다.

직접민주주의 신봉자로서 필자에게 열이 치미는 것은 민주 헌정질서를 깨는 대통령의 초헌법적인 제왕 리더십 발현도 그렇지만 2주간에 우리 국민과 언론은 그다지 공분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퇴출되면서 우리나라의 최고 지침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헌법 제1조를 강변하였기에 시골 촌부에 가까운 필자도 펜을 들고자 한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그동안 행정부는 과도한 행정입법권 행사, 즉 시행령 제정 시 입법부의 고유권한인 법률제정 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으로 행정부(대통령)의 권한이 확대되어 온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이를 규제하는 차원에서 박근혜 대통령 역시 한나라당 의원 시절부터 국회법 관련조항이 개정을 제시했는데 때마침 세월호법 시행령에 민감해서인지 국회의 여야 합의로 5월 29일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 아니 국회의장이 중재까지 하여 수정된 안마저 국무회의에서 삼권분립 원칙을 운운하며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문제는 거부권 행사가 아니다. 해당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발언 16분 중 12분가량을 정치권 비판과 함께 사적인 감정을 실어 여당 원내대표를 집중 성토, 공개적으로 배신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국무회의 공석에서 말이다.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와의 관계. 배신은 아주 나쁜 것이다. 그러나 원내대표가 배신했다는 증거는 없다. 적어도 공인으로서. 알려진 것은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하여 변함없이 소신대로 충언과 정책의견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는 것이다. 법과 원칙, 소신은 원래 누구의 브랜드이고 누가 강조해 온 것인가? 주군이 가졌던 철학을 이어받은 신하가 원칙과 소신을 바꾼 주군 따라서 바꾸지 않아 배신자라고? 이건 정상적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회를 무시한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 국민을 너무나 얕보는 것에 다름없다. 목불인견에 한심의 한숨이 나올 뿐이다.

참으로 답답한 것은 우리 국민의 민도(民度)이다. 지난 6월 한 달은 안이한 국가관리로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어 경제는 죽고 계속되는 가뭄 통증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이래 최저인 29%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것이 6월 25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오히려 6월 네 번째 주 33%, 이어 며칠 전 7월 첫째 주엔 34%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에게 올바른 간언을 하는 충신을 배신자로 몰아붙이는 비민주성을 용납하는 국민의 넓은 아량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국정장악과 안정, 그리고 오로지 대통령 1인 중심으로 집권세력은 단합해야 한다는 우국 충절에서인가?

그렇게 해서 퇴보해버린 민주주의, 커져 버린 제왕적 대통령 위력으로 우리 국민은 더 좋아졌는가? 박근혜 정부 3년간을 간추려보자. 1년차 계속된 내각의 인사 파동, 2년차 세월호 참사와 지리멸렬한 사후관리, 3년차 올해는 성완종 리스트로 밝혀진 실세들의 오염과 무능에 가까운 메르스 사태 관리 등으로 창조경제 돛을 단 국가경제정책과 개혁정책은 제대로 실행조차 못 하고, 서민경제 활성화는커녕 수출경제까지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버지와 같은 철학과 비전의 부재에도 독선과 아집은 어찌 가능한가? 바로 크게 떨어지지 않는 국민의 지지도 때문이리라. 우리의 民度, 즉 우리의 민주적 정치문화 수준은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에 우롱당할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를 탓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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