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몰락
제국의 몰락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5.07.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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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윤승범 <시인>

지금부터 대충 2,500년 전의 일입니다. 한반도 땅에는 아직도 미개(未開)의 야만이 날뛰고 있을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선진 문물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한반도 땅에서는 힘 센 놈이 무식한 힘자랑을 하고 있을 때 문명의 발상지였던 그리스에서는 벌써 민주주의라는 정의를 실천하고 있었고 백 걸음 정도 더 나가서 이성과 지성에 대한 탐구도 이루어졌습니다. 

그 때 플라톤이라는 철학자가 끄집어 낸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었습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개이거나 소이거나, 무식한 놈이거나, 비열한 놈이거나, 약삭빠른 놈이거나가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의 덕목을 갖춘 자가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리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는 ‘지혜’ 그리고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솔선해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용기’ 더 갖고 싶고 더 누리고 싶지만 대의를 위해 뿌리칠 줄 아는 ‘절제’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공평하게 나누고 누리게 해 줄 수 있는 ‘정의’를 일컬음입니다. 그렇게 그리스는 문화를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번성했습니다. 이러한 고대의 덕목은 현대에 와서 조금씩 변형을 갖습니다. 

20세기 초 남아공화국의 흑인 지도자 넬슨 만델라는 ‘조정과 화해’의 리더쉽으로 흑백의 차별이 심했던 남아공화국의 통합을 이루어 냈습니다. 

고대 시대 힘의 지배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사고(思考)와 행동을 합치시켜 나라를 이끌어가는 민주의 분배자가 현대 지배자의 덕목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500년 번성을 이루었던 그리스가 며칠 전 국가부도 상태를 선언했습니다. 

말이 선언이지 사실은 ‘몰락’의 다른 말입니다. 

화려한 그리스 신화의 유적도 이제 한낱 ‘팔아 먹어야 할 것’으로 전락했고 민주주의를 구가했던 옛 명성도 쓰레기통을 뒤지는 소시민의 행적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역사를 배우다보면 제국의 멸망을 흔히 봅니다. 결코 쓰러지지 않을 절대 존엄의 제국이 허망하게 쓰러집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제국이 서거나 서지 못하거나 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렇게 우리 인류의 역사는 이어져 왔고 이어져 갈 것입니다. 

그러나 거시적 안목에서 보면 인류의 역사 또한 뭇 생명들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진 또 다른 제국의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어느날 인류 또한 제국의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 몰락의 길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길은 나 홀로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불어서 살아야 한다는 ‘상생’의 길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나라는 망해도 나는 안 망한다는 부패의 그리스 부자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갈까요? 담 밖에 부랑자들이 진을 치고 있지만 철책을 두른 담 안에서 나만 누리면 된다는 사고 방식은 꿩이 제 머리만 감추면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망상과 다름 없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소중한 가치 중의 하나는 ‘나와 더불어 가는 공동체 의식’일 것이라고 봅니다. 

세상이 어수선합니다. 어디다 정을 붙여야 할지 모를 세상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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