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묻는 말 “그 약 있어요?”
은밀하게 묻는 말 “그 약 있어요?”
  • 신관희
  • 승인 2015.07.05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강칼럼
신관희 <CL피부비뇨기과의 원장>

비뇨기과에는 종종 조용하게 ‘약을 좀 받을 수 있냐’고 묻는 환자를 볼 수 있다. 올해 초,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테스토스테론 남성호르몬제를 사용해 도핑테스트에 걸린 사건 후로는 ‘그 약 있냐?’고 묻는 질문이 크게 늘기도 했다. 어디서인지 ‘그 약이 남자에게 좋은 약’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일어난 일이다. 일반적으로 남성건강을 성기능과 연결 지어 생각하고, 남성호르몬이 성기능에 도움이 되는 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촌극이다.

물론 남성호르몬과 성기능이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먼저 성기능이 떨어지거나 신체변화의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약이 ‘비법’, ‘정력제’라는 등식을 가지고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남성들이 약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 크게 신체변화를 느끼게 되는 시기는 보통 ‘갱년기’무렵이다.갱년기라고 하면 폐경과 함께 나타나는 여성질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남성 역시 중년에 들어서면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35세부터 혈중 남성호르몬 농도가 떨어지고,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남성호르몬이 부족해지는 40~50대부터 본격적인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갱년기가 시작되면 매일 무기력한 기분이 지속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짜증과 피곤이 밀려온다. 발기부전 등 성기능이 저하되고 성욕도 줄어든다. 또한 체모가 줄고 근육량은 떨어지는 반면 복부지방은 늘어나고, 민첩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기억력이나 공간지각능력도 감퇴하는 등 정서적, 신체적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갱년기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당연한 문제로 치부하고 방치할 경우 골다공증이나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남성갱년기는 잠시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호르몬 변화가 더 심해지므로 초기관리가 중요하다. 실제 남성의 나이가 70대로 넘어가면 20대 중반의 2/3 수준으로 호르몬이 감소한다. 평소 과음을 하거나 비만인 사람, 심장질환 환자는 건강한 사람보다 약 10-15% 더 남성호르몬이 떨어진다.

호르몬 변화로 나타나는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민간요법에 의지하기도 하는데,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정신적 변화가 나타난다면 갱년기를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에 진단받고 올바른 치료를 받으면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남성갱년기 치료의 대표적인 방법은 호르몬 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호르몬 보충요법을 시행하면 근력이 증가하고 체지방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향상되고 인지 능력도 좋아진다. 무기력, 우울 증세 등 정서적인 부분도 개선되고 감소되었던 성적 욕구도 회복될 수 있다.

호르몬 보충제는 주사제, 경구용제제, 젤, 패치 등 다양한 제제가 있다. 각 제제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환자의 상황에 맞춰 전문의와 상담 후 처방 받을 수 있다. 주사제는 혈중 호르몬 농도가 오래 지속되지만, 그 만큼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수치를 줄이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는 사용이 편리하고, 한번 부착 후 최대 이틀까지 유지되지만, 가려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피부에 바르는 형태의 젤 타입은 피부 부작용 문제는 거의 없다. 그러나 도포하고 말리는 과정에 타인과 접촉하면 상대방도 약제가 작용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경구용약은 복용편리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여 가장 대중적으로 이용된다. 호르몬 수치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아 초기 환자나 고령자도 무리 없이 사용하기 좋다. 실제 유럽비뇨기학회가이드라인에서도 남성갱년기 초기 치료에는 경구제처럼 단기작용 호르몬 보충제를 추천하고 있다.

갱년기는 남성호르몬 결핍증후군이다. 이를 단순 노화현상으로 여기고 방치하면 중년, 노년기 남성들의 자신감을 떨어트리고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 증상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호르몬 보충요법으로 적극 치료하면 건강한 남성의 삶을 되찾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